'스펙공화국' 초등생부터 자격증 경쟁
"대입 미리 준비하자" 초등1학년때 첫 응시..창의력 떨어뜨릴수도
A군 부모 B씨(39)는 "나중에 대학갈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고 주변에 컴퓨터 자격증을 딴 아이들이 많아서 시키게 된다"며 "중학교는 2018년부터 코딩이 정규 과목이 되니까 미리부터 스크래치(어린이들이 코딩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 도구)도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ITQ 시험 등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등록되며 나중에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공교육 붕괴로 사교육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며 초등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있다.
16일 천재교육이 지난달 5일부터 2주간 전국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 자녀가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 시험 응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는 62%(312명)로 나타났다. 앞으로 자녀의 자격증 준비·응시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무려 82%가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들 10명 중 8명은 초등학생 자녀에게 자격증 준비를 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자격증 준비는 초등학교를 입학한 1학년 때부터 시작해 주로 저학년 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 경험이 있는 312명 중 시험을 가장 처음 본 학년은 초등학교 1학년이 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2·3·4학년이 각각 13%, 5학년 9%, 6학년 4% 순으로 조사됐다. 준비한 자격증 수는 1개(50%) 또는 2개(25%)를 준비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3개(15%), 4개(4%), 5개 이상(6%)이라고 답한 의견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각광받는 자격증은 한자(35%), 컴퓨터(27%), 한국사(20%), 어학(15%)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년(1~3학년)과 고학년(4~6학년)에서 모두 한자 자격증이 가장 인기가 높았으며, 이어 저학년에서는 컴퓨터(23%)·어학(16%)·한국사(15%) 순, 고학년에서는 한국사(26%)·컴퓨터(24%)·어학(15%) 순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강화되며 컴퓨터 관련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사의 경우 대입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 시험과목으로 채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등학생의 자격증 취득이 교육적으로 유익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초등학생 때부터 시험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게 문제다. 김왕준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격증은 합격이 우선이기에 학생들이 내용보다는 높은 점수를 얻는 데만 집중해 공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계속 공부하게 되는 '내재적 동기'가 훼손돼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이 꺾이게 된다.
시험에 탈락한 충격이 아이의 장기적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학생이 '나는 공부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경우 새로운 시도 자체를 겁내는 성향을 갖게 된다. 자라서도 시험을 두려워하게 되고 도전을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강봉진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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