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가? 변수가 너무 많다

이종태 기자 입력 2017. 1. 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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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제 유가는 안정될 수 있을까? 석유수출국기구는 감산에 합의했다. 비회원 국가들도 공급량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석유 수출국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 폭락과 급등 시나리오가 나온다.

석유는 가장 비중이 높은 에너지원인 동시에 대다수 공산품의 원료다. 유가 변동은 대다수의 상품 및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가 인하의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 저하로 투자가 활성화되고 소비자 물가도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처럼 원유를 전면 수입하는 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한국의 총수입액 가운데 10% 정도가 원유다.

다만 유가 하락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의 생산 활동(석유는 필수 자원이다)이 위축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현재 불황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도래할 수 있다는 신호다. 이에 따라 자신감을 상실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시민들은 소비를 억제하면서 불황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유가 하락’이란 현상 자체가 실물경제를 타격하는 것이다. 또한 유가 하락은 산유국 석유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석유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유조선이나 해양 플랜트(해저 유전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시설) 등을 발주하지 못하게 된다. 유가가 급락한 2014년 무렵부터 한국의 조선산업이 급격히 쇠퇴한 이유다.

ⓒAP Photo 미국 노스다코타 주 맨다리 지역의 유정에서 원유를 끌어 올리고 있는 모습.

글로벌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의 경우, 2014년 6월 배럴당 110달러대에서 1년6개월 정도 줄곧 하락해 2016년 1월에는 2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의 셰일 오일 생산 덕분에 글로벌 원유 공급 규모가 폭증한 반면 경기 불황으로 원유 수요는 바닥을 기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어떻게든 유가를 올려야 한다는 글로벌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유가 인상’이란 현상 자체가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높이면서 글로벌 투자·소비 심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또한 산유국 석유 기업들의 수익 규모가 다시 커지면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경기를 활성화하고 빈사지경에 내몰린 조선·건설·정유 산업 등의 상황도 개선되리라 보았다. 다행히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2016년 초에 바닥을 친 뒤 계속 상승해서 12월 말에는 55달러대에 도달했다. 2017년의 유가는 어떨까?

상당수의 분석기관들은 ‘유가의 안정적 상승’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30일, 중동·아프리카·남미 산유국들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가 석유 생산량을 줄이는 데 합의하면서 낙관론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오펙은 2017년부터 원유 공급을 2016년에 비해 하루 12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하루 동안의 최대 생산량은 3250만 배럴이다). 러시아 등 오펙 소속이 아닌 산유국들도 2017년 상반기 6개월 동안 하루 55만8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 각 분석기관들의 예측을 살펴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17년 평균 유가(브렌트유 기준)를 51.66달러로 전망했다. 2016년 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오펙 합의로 석유 공급량이 줄어든다 해도 미국의 셰일 오일 기업들은 생산량을 크게 감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원유 가격이 2017년 6월까지 배럴당 69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이야기다.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석유 시추 장비 등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줄어들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석유 공급을 크게 늘릴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편 세계은행, 골드만삭스 등은 오펙의 감산 및 시장 조절에 따라 2017년의 유가는 대체로 배럴당 55달러 주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본다. 2016년 12월 말 현재 수준이다.

대체로 유가가 2017년 상반기에 50~60달러대 중·후반까지 완만하게 인상되다가 하반기 들어서면서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펙 이외 산유국들의 감산이 6월까지고, 유가가 오르면 미국 셰일 오일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시나리오다.



“오펙 회원국들은 다른 나라를 속이는 취향”

그러나 2017년에 유가가 폭락하거나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오펙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합의한 대로 원유 공급량을 줄여야 오펙 회원국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각 회원국 처지에서는 어떻게든 당장 많은 원유를 생산해서 팔아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별 회원국이 오펙 차원의 합의를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해프닝이 과거에도 종종 벌어졌다. 심지어 오펙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광물자원장관 알리 알나이미가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서 “오펙의 감산 합의로 시장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함정은 오펙 회원국들이 다른 나라를 속이는 취향(tend to cheat)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냉소할 정도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대외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오히려 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나라의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국영 아람코는 최근 미국 시추업체인 네이버스 인더스트리와 페르시아 만의 도시 다란에 육상 굴착시설 50기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오펙 비회원국의 약속 감축량(하루 55만8000배럴)의 절반 정도를 책임져야 하는 러시아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러시아의 석유 기업들은 정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펙 비회원국들은 2017년 6월까지만 감산할 계획이기 때문에 7월부터 공급량을 대폭 늘려 국제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산유국들의 약속이 이행되어 글로벌 석유 공급량이 실제로 줄어든다 해도 가격 안정 기간이 매우 짧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들이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 오일 업체들은 배럴당 유가가 40~50달러 이상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유가 상황에서 미국 셰일 오일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심지어 폐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선도 업체들은 그동안 시추 기술을 혁신하고 내부에 돈을 쌓아둔 상태라서 유가가 인상되기만 하면 급속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더욱이 1월에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석유산업 규제를 완화해서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또한 달러 강세로 인해 유가가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 대다수의 원유는 달러로만 결제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유가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내리면 유가는 오른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2017년에도 여러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가 폭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정학적 상황이 가장 큰 변수다. 먼저 미국-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016년 12월 초, 미국 상원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10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성과인 이란 핵 합의를 짓밟아버린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면서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국-중국 간 갈등도 위험 요소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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