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게 더 많아요

2017. 1. 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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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ttle Bit

많은 사람들이 김태리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담담하고 맑은 얼굴의 김태리는 이제 겨우 생글거렸을 뿐인데

오프숄더 스타일의 블랙 스웨터는Goen.J. 리드미컬하게 찰랑이는 화이트 마더 오브 펄 소재의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과 가느다란 뻬를리 링은 모두Van Cleef & Arpels.

카푸치노 컬러의 포근한 모헤어 스웨터는Joseph. 크로셰 레이스 같은 텍스처를 살린 핑크골드 소재의 스위트 알함브라 네크리스는Van Cleef & Arpels.

축하해요. 얼마 전 청룡영화제에서 받은 신인상 트로피는 고이 모셔두고 있나요TV 옆에 다른 트로피들과 같이 놓아뒀어요. 물건을 애지중지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저보다 할머니가 귀하게 여기세요.

오스카 트로피는 그 모습이 금방 떠오르지만 청룡영화제 트로피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래요어떤 여자가 두 팔로 금메달 비슷한 거를 들고 있어요. 무표정한 얼굴인데 조명에 따라 심술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해 집에서 한참 웃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묵직하고 무거워요. 내부에 작은 장치가 숨겨져 있을까 해서 샅샅이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웃음).

수상 소감 중 예전에는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며 청룡영화제를 봤다고 했어요누가 상을 받을까 두근두근하면서 봤지, 내가 저 무대에 서게 되리란 생각은 못했어요. 수상자들이 일일이 스태프들을 호명하고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의아했어요. 지금은 왜 그러는지 깊이 공감해요.

대학 졸업 후 극단에서 스태프 일부터 시작했다면서요. 그 시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유랑극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방 공연을 많이 했어요. 짐을 바리바리 챙겨서 연출가, 선배 차를 타고 이곳저곳 다녔는데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공연 시작 전에 빙 둘러서서 손잡고 한 마디씩 하던 모습도 생각나고, 무대가 암전되고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도 늘 좋았어요.

그때로 돌아가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를 말해 준다면친구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가고 싶은지. 저는 싫다고 했어요. 지나온 일들을 또 겪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지나온 것’은 그 자체로 나름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에요.

조형적인 실루엣의 터틀넥 모직 풀오버는Jil Sander. 옐로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뻬를리 다이아몬드 이어링은

Van Cleef & Arpels.

테디 베어처럼 포근하게 몸을 감싼 맥시 코트는Max Mara. 메리 제인 슈즈는Miu Miu. 옐로골드 소재의 뻬를리 브레이슬렛과 뻬를리 링은 모두Van Cleef & Arpels.

캐멀 코트는Max Mara. 두 가지 젬스톤으로 포인트를 준 리드미컬한 실루엣의 뻬를리 링은 모두Van Cleef & Arpels.

그럼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장면은감독님들이 직접 선정하는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일이요. <아가씨>로 처음 받은 상이었어요. 영화를 촬영하며 겪은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 좋았고, 이것으로 족하다고 여겼어요. 그 뒤로 여러 상들을 받았는데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님의 연출작이고 워낙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가 좀 더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대중이 ‘김태리’란 배우를 알게 된 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는 건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선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고, 처음 저를 봤을 때 아주 당찰 것 같다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아가씨>가 개봉했을 때 엄청 떠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시사회, 무대인사가 잇달아 있었는데 제가 ‘단상 공포증’ 같은 게 있더라고요. 저를 통째로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했어요.

연극 무대와는 어떻게 다르던가요연극은 준비 기간이 길고 연습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서면 긴장보다 설렘이 커요.

카메라 앞에서는그건 또 달라요. 모든 스태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이 돼요.

오늘 챙겨온 소지품 중에서 본인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은(가방을 뒤적이며) 마스크가 있네요. 감기는 아니고 변장용이에요. 그리고 작은 노트와 펜. 많이 쓰진 않아도 습관처럼 챙겨 다녀요.

핏빛 레드가 매혹적인 커넬리언 펜던트가 장식된 매직 알함브라 네크리스는Van Cleef & Arpels. 오프숄더 스타일의 실크 셔츠는Pushbutton.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스위트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Van Cleef & Arpels. 레이스업 디테일의 실크 셔츠는Pushbutton.

평소 일기를 쓰나요매일은 아니고 종종.

최근 일기의 정서적 기류는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앞의 벽을 넘는다 하더라도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 일기 내용이 재미없어요.

조급해하지 말아요. 황소자리 사람들은 고집이 강하고 인내심이 많다면서요저는 빨리 질리는 성격인데(웃음). 한 가지를 진득하게 못해요. 처음 만난 사람도 “아이고, 성격 급하시네요”라고 할 정도예요.

급한 성격으로 살아보니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요중언부언하지 않고 결정이 빨라요. 까다롭지 않으면 고, 걸리는 게 있으면 스톱. 그래서 친구들에게 상담 같은 걸 잘 못해줘요. 뭐든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해 버리거든요(웃음).

고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누구한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요. 보통은 이게 고민인가 싶은 것들이라 뭐라 말할 것도 없어요.

예를 들면요즘 기분이 왜 이렇게 우울할까? 사실 답은 없어요. 저는 작은 일이라도 눈앞에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별거 아닌데 왜 이러고 있지? 이런 생각으로 바뀌어요. 반면 먼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그러질 않아요.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시간의 끝에 뭐가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전혀 불안하지 않아요.

그 말이 ‘배우가 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될까요음, 아마도요. 멀리 봤을 땐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오프 화이트 컬러의 심플한 터틀넥 니트 풀오버는Escada.

차기작 <리틀 포레스트> 촬영을 앞둔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아가씨> 촬영 전과 비슷해요. 어떡하지? 뭘 준비해야 하지? 초조해요. 다른 점이라면 한번 겪어봤다는 거겠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 정답이 되고, 어떻게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해도 될 거야’라는 확신이 조금은 있어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 고향에서 농사짓고 ‘삼시세끼’ 차려 먹는 일상을 그린 동명 만화가 원작이에요. 요리 솜씨는 어때요저는 잘한다고 믿어요. 성격이 급해 정석대로 만들지 않지만 맛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쪽이에요. 김치볶음밥처럼 저만의 ‘대충 요리법’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앞두고 요리를 제대로 배우면서 이게 느릿하게 시간을 오래 쓰는 일이라는 걸 배웠어요. 하나를 먹어도 재료를 일일이 손질해야 하고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되더라고요. 덕분에 정신 수양을 하고 있어요(웃음).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만두. 이맘때면 할머니와 만두를 빚어 쪄 먹기도 하고 만둣국을 만들어 먹기도 해요.

일상에서 한적한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산에 가요. 등산 좋아해요. 일에 치이고 마음이 복잡하면 산 내음이 마구 땡겨요. 어릴 적부터 아빠 따라서 산과 친하게 지냈어요. 산을 잘 탄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하고요.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일에 재미를 많이 느끼거든요. 올겨울에는 한라산에 가고 싶어요. 매년 가다시피 하는데 아직 못 가고 있어요.

내년 이맘때 뭘 하고 있길 바라나요둘 중 하나예요. 일하고 있거나 재미있게 놀거나. 자신에게 관대한 편이라 요즘도 충분히 놀고 있어요. 특별하진 않아요. 그저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면 돼요.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난 2016년을 잘 보낸 자신에게 상을 준다면그러지 않아도 돼요. 상은 이미 많이 받았어요.

김태리의 페이스 타임

그녀의 눈빛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슬로우 모션으로 김태리의 신비로운 눈빛과 감정선을 포착한 감각적인 영상을 만나보세요!

photographer 김형식

fashion editor 주가은

features editor 김영재

Hair Stylist 이혜영(Aveda)

Makeup Artist 오윤희(Jenny House)

Manicurist 허은희(Unistella)

Fashion Assistant 장효선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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