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 부도로 본 출판계 근본문제 '셋'

김용운 입력 2017. 1. 16. 06:02 수정 2017. 1. 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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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 부도' 계기 출판계 활성화 근본방안 찾아야
주먹구구 유통방식 및 도서정가제 개정 목소리 나와
떨어진 독서율, '도서구매 세액공제' 등 도입 요구
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이 연초에 부도가 나면서 출판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파주 송인서적의 하역장 모습. 부도로 인해 직원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하역장이 텅비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정유년 연초부터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송인서적은 국내 2000여 개 출판사와 1200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서적도매상이다. 송인서적은 지난 2일 도래한 어음 결제를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송인서적 채권단이 파악한 송인서적의 부도 규모는 총 688억원 규모로 부도어음 100억원, 출판사 매입채무 277억원, 서점잔고 212억원, 은행부채 59억원, 도서재고 40억원이다.

다른 기간산업의 기업 부도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출판산업의 특성상 중소출판사와 중소서점의 연쇄부도에 따른 출판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출판계에서는 송인서적의 부도가 그간 출판계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누적해 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긴급 자금 대출 같은 미봉책보다 송인 부도를 계기로 출판산업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아직도 어음 결제…주먹구구 유통방식 개선

출판계가 송인 부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송인서적의 어음이 출판사를 통해 용지업체, 외주 디자인 업체, 인쇄 및 제본업체 심지어 저자 인세로까지 지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송인서적은 어음 결제가 많았던 업체로 이른바 ‘문방구 어음’으로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출판사들은 송인서적이 가져간 책이 전국의 어느 서점에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2차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인 부도로 5000만원을 손해 본 A출판사 영업담당자는 “출판계가 다른 산업에 비해 영세하다 보니 유통관행도 다른 산업에 비해 주먹구구인 면이 있다”며 “자금력이 있는 대형 출판사 외에 대부분의 중소 출판사는 어음 결제라도 받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어음 결제 관행을 하루 아침에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 등 출판계 구성원들이 결제 금액 중 현금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서점의 재고 현황 파악 및 출판유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POS(판매정보시스템)의 확대와 공공성을 지닌 도매업체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효상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공적자금으로 모든 도서의 출고와 반품 업무를 일원화한 공익법인을 설립해 서점의 공급률을 조율하고 신속한 반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송인 부도의 배경에는 후진적인 출판유통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여타의 출판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폐지처리 되는 구간도서…도서정가제 약점 보완

출판계가 송인 부도 여파로 당혹스러워하는 지점은 ‘도서정가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11월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할인으로 혼탁해진 출판시장의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도서정가제’는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2의 단통법’으로 불리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출판사 간 출혈경쟁을 막고 신간도서 출판 활성화 및 동네서점의 폐업률을 감소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송인 부도로 ‘도서정가제’를 다시 손 봐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판 물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도매상들이 자체적으로 공급률을 조율할 수 있는 여력을 줄이는 바람에 송인 부도라는 출판계의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것이다. 또한 구간도서의 경우 재정가 외에는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할 수 없어 재고 보관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출판사는 구간도서를 폐지로 파는 경우도 생겨났다.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출판사 운영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관계자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3년마다 도서정가제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올해 11월이면 개정 도서정가제가 3년이 되는 만큼 현재 출판계에서 논의 중인 도서정가제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책의 특수성 인정…도서구매 세액공제 도입

송인 부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독서인구의 감소를 꼽는다. 문체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들 비율은 65.3%로 20년 전에 비해 21.5%포인트 떨어진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매년 독서문화진흥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책을 구매하는 데 구체적인 혜택을 주어 독서율을 끌어올리고 출판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서구매에 따른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5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서구입비의 일정 금액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해주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서구입비의 연말정산 세액공제안은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국회에서 제기한 ‘출판 활성화’ 방안이다. 그러나 다른 상품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번번히 좌절됐다.

김 의원은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기본공제대상자를 위해 구입한 도서구입비에 대해 연 100만원 한도 내에서 15%의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것이 골자다”며 “호주의 경우 도서구입 비용 중 250호주달러를 넘는 금액을 자기학습비로 세액을 공제해 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출판물 유통 경로(한국출판인회의 제공)

김용운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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