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체 기술' VS LG'아마존 알렉사'..AI 음성인식 전쟁

양희동 2017. 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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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수한 '비브랩스' 통해 빅데이터 수집
LG, 알렉사 범용성 무기로 북미시장 공략
양사 모두 갤S8과 G6 등에도 AI 탑재 예정
삼성전자가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7’에서 가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AI와 IoT 기술이 결합한 TV·냉장고·세탁기 등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우유가 떨어졌네. 하나 주문해줘”.

한 남자가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냉장고를 열어보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그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우유가 집으로 배달돼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이런 상황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7’에서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는 AI(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인 ‘패밀리허브 2.0’과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를 각각 선보이고 TV와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에도 적용해 본격적인 AI 가전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두 회사 모두 음성인식을 가전에 탑재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기능을 강화했지만 추진 방식에선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인수한 미국 AI 기업 ‘비브랩스’를 통해 자체 기술을 적용했고 LG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70억 달러(151조 규모)에서 1650억 달러(196조)로 30%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 거대시장에서 자체 개발과 협업을 각각 선택한 양사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AI 시장 규모. [자료=IDC·단위=억 달러]
◇삼성, 자체 기술로 사용자 ‘빅 데이터’ 확보 포석

삼성이 인수한 비브랩스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간 AI 비서 ‘시리’(Siri)를 개발한 사람들이 창업한 업체다. 삼성은 이들이 보유한 기술을 토대로 냉장고는 물론 TV와 세탁기 등 모든 가전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CES에서 삼성이 선보인 프리미엄 냉장고 패밀리허브 2.0은 사용자에게 조리법을 읽어주고 음성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있다. 또 음악 재생과 주요 기능의 음성명령, 최신 뉴스와 날씨 정도 등 생활 밀착형 응답 서비스도 지원한다. 삼성은 한발 더 나아가 오는 3월 국내 판매를 시작할 프리미엄 TV인 ‘QLED TV’에도 음성인식 기능을 넣어 목소리만으로 거의 모든 기능 조작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개발실 부사장은 “국내에 출시될 QLED TV는 리모컨에 있는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면 영어·한국어 등 10개 국어 목소리로 완벽하게 제품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널 선택과 볼륨 조절은 물론 화질 조정이나 웹서핑도 가능하고 유튜브 동영상 재생도 제목만 말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자체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AI 가전 사용자들이 쏟아낼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생활가전)부문 사장도 이번 CES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을 하려면 제품을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고 답한바 있다.

비브랩스 플랫폼의 장점은 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들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설계된 부분이다. 또 사용자 의도를 스스로 분석해 제품을 쓰면 쓸수록 스스로 학습해 진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삼성은 이르면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MWC 2017’에서 공개할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비브랩스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별도의 앱을 깔지 않고도 전자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 등과 연계돼 목소리만으로 장보기 등 온라인 상품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LG, 아마존 알렉사 탑재로 ‘범용성’에 방점

LG는 이번 CES에서 AI 음성인식 부문을 사실상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은 아마존의 알렉사를 선택했다.

알렉사를 탑재해 CES에서 선보인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는 사용자가 요리하는 도중에도 음성 명령으로 음악재생과 뉴스검색, 온라인 쇼핑, 일정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알렉사는 냉장고 등 LG 가전제품은 물론 레노버의 AI 스피커와 GE의 LED(발광다이오드) 램프, 화웨이의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IT업체 제품에 적용돼 주목받고 있다.

LG는 오는 2월 MWC에서 공개할 전략스마트폰 ‘G6’에도 AI를 활용한 원격 사후서비스(AS)를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밝혀, 알렉사 탑재 등 관련 기능 적용이 유력한 상황이다.

알렉사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한 음성 컨트롤 기능으로 여러 제품에 손쉽게 접목 시킬 수 있는 범용(汎用)성에 있다. 또 아마존과 연계돼 음성인식을 통한 거의 모든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음성인식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할인 중인 목록을 알려주는 ‘알렉사 딜’도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에선 온라인 상거래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체 기술보다는 알렉사를 가전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는 것이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선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CES 2017’에서 8개 유력 매체로부터 상을 받은 LG전자의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이 냉장고는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탑재해 주목받았다. [LG전자 제공]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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