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개 택배 상자, 20분만에 배송 준비 '끝'
수작업으로 했던 택배 분류, 기계 도입후 시간 대폭 단축
포장·물건 파손 가능성 줄고 업계 최초 오전 배송 가능해져
지난 6일 오전 9시 인천 계양구 서운동에 있는CJ대한통운강서터미널. 하루 약 4만개 택배를 최종 분류해 서울 강서구 일대 고객에게 배송하는 관문이다. 충북 옥천의 '허브(거점) 터미널'에서 올라온 11t 대형 화물트럭에서 택배 상자 3000여개가 쏟아져 나왔다. '택배 자동 분류기'에 올려진 상자들은 약 50m를 이동하는 동안 10개 배송 구역별로 분류돼, 컨베이어벨트 양옆 출구로 나갔다. 출구 앞에서 기다리던 택배 기사들은 분류된 상자를 트럭에 적재하기 쉽도록 쌓기만 하면 된다. 3000개 택배를 분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 수(手)작업으로 1시간 가까이 걸리던 일이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자동화로 분류 시간을 대폭 단축해 업계 최초로 '오전 배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택배 업계가 '배송 스피드 경쟁'에 뛰어들었다.쿠팡·티몬 등 인터넷 쇼핑몰이 '당일 배송'에 나서자, 택배 업계도 자동화와 거점 물류센터 확보 등을 통해 배송 시간 단축과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자동 분류… 업계 최초 오전 배송 가능해져
지난 11월 도입한 '택배 자동 분류기'로 CJ대한통운 강서 터미널엔 변화가 시작됐다. '허브 터미널'에서 싣고온 화물들을 다른 '지역 터미널'에선 택배 기사들이 모두 육안으로 분류한다. 물건 분류만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5시간 이상 꼬박 걸린다. 이 때문에 지금은 아무리 빨라도 첫 배송은 오후 1시 이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택배 자동 분류기'를 이용할 경우, 분류 작업이 오전 9시 30분에 일차적으로 완료돼 오전 10시에 첫 배송이 가능해진다. 조정훈 CJ대한통운 부장은 "고객이 배송 시각을 오전·오후로 지정해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택배 기업들은 '허브 터미널'에는 택배 자동 분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말단 조직인 '지역 터미널'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CJ 측도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1년 이상 걸렸다. '허브 터미널'의 자동 분류기는 시(市) 또는 동(洞) 단위까지만 분류하면 된다. 하지만 지역 터미널의 자동 분류기는 지번(地番)과 아파트 동호수까지 세밀하게 분류하고, 해당 지역 담당 택배 기사까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정태영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장은 "오차 없이 배송지와 택배 기사를 분류하기 위해 방대한 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이 시스템을 2018년 4월까지 전국 200여개 지역 터미널에 모두 설치할 계획이다.
'택배 자동 분류기'는 시간뿐 아니라 배송 서비스도 개선하고 있다. 기존엔 택배 분류를 손으로 하다 보니, 컨베이어벨트에서 자기가 배송해야 할 물건을 옮기기 바빴다. 그 과정에서 포장이나 물건이 파손될 가능성이 그만큼 컸다. 현재는 분류된 물건을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물건이 밀려 심야에 배송하는 일도 줄었다. 강서터미널에서 만난 9년 차 택배 기사 임성덕(36)씨는 "이전엔 오후부터 배송을 시작하다 보니 밤 9시 넘어서 고객 집 초인종을 누르는 일도 많았다"며 "지금은 물건이 많아도 오후 7시 전에는 배송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허브 터미널에도 자동화 장비
한진택배도 2015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완공한 '동남권 택배 허브 터미널'의 자동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분류할 때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상자를 '툭' 하고 밀어내는 대신, 벨트를 기울여 상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킨다. 이렇게 하면 분류 속도와 함께 상품 손상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롯데도 추가로 거점 물류센터 등을 확보해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택배 물량은 처음으로 20억 상자를 돌파했다"며 "최근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려는 택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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