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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바다소, 사람은 못 찾지만 기계는 찾는다

목정민 기자 2017. 1.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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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ㆍIT에 기초과학까지 영역 넓히는 ‘머신러닝’…과학자들은 환영

드론으로 촬영한 바다 사진. 바다소가 어딘가에 있지만 인간의 눈으로 찾기는 매우 힘들다. 구글 블로그 캡처

지난해 4월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4 대 1로 이기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바둑에서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알파고에 사용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계학습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그간 인간이 입력한 정보를 연산하는 데 그쳤던 컴퓨터가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것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기계학습은 가장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학습은 정보기술(IT) 분야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기계학습 기술을 반기는 이유는 그동안 직접 계산하느라 오래 걸리던 작업시간을 줄여주고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기계가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도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달고 더 빨리, 다양한 연구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답은 머신러닝을 이용해 찾은 바다소의 위치. 구글 블로그 캡처

■ 머신러닝 이용 ‘박쥐 언어 해독기’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는 지난달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박쥐의 언어를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요시 요벨 박사 연구팀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에 흔하게 서식하는 이집트 과일박쥐의 울음소리를 해석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진은 22마리의 박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러고 나서 75일 동안 박쥐의 울음소리를 녹음하고 우는 모습을 녹화했다. 이후 비디오와 오디오 영상을 분석해 어떤 박쥐가 서로 언쟁을 벌이고, 언쟁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분석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수집됐고, 연구팀은 이를 4가지 패턴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이집트 과일박쥐는 잠자리 다툼, 먹이 다툼, 자리 다툼, 짝짓기 다툼 등 4가지 갈등 상황에서 주로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진은 어른 암컷 이집트 과일박쥐 7마리가 내는 1만5000가지 소리를 집중 분석했다. 박쥐 언어 분석기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작업을 하다 보니 자료의 양이 너무 방대해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분석에 인간의 음성을 인식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 알고리즘은 71%의 정확도로 7마리 박쥐 중 어떤 박쥐가 내는 소리인지 분간해냈다. 각 박쥐가 사용하는 특유의 주파수로 어느 박쥐의 소리인지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박쥐의 울음소리라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학습한 뒤 박쥐의 이후 행동까지 예측해냈다. 아직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박쥐의 소리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또한 박쥐가 울음소리를 낸 뒤 상대가 떠날 것인지도 예측해냈다.

연구진은 박쥐들의 음높이 외에 패턴이나 강세 등의 요소를 추가로 분석해 박쥐 소리에 들어 있는 정보를 더 상세하게 알아낼 계획이다.

머신러닝으로 소리가 분석된 이집트 과일박쥐(왼쪽 사진), 기초과학 연구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 ‘네이처’ 표지. 사이언티픽리포트·네이처 제공

■ 기계학습이 새 화학반응 제안

화학실험 연구에도 기계학습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국제 유명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5월 알렉산더 노퀴스트 미국 하버포드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표지논문으로 소개했다. 표지논문 제목은 ‘실패에서 배운다(Learning from failure)’였다. 노퀴스트 교수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실패로 기록된 여러 화학실험에서 유용한 화학반응을 발굴해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연구팀은 템플릿 바나듐 셀렌의 결정화 반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화학 반응 특성에 대해 정리했다. 이 정보를 기계학습을 이용해 재분석하자 새로운 화학 합성 방식이 나왔다. 방대한 양의 정보 속에서 과학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것이었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찾아낸 것이다. 실제 연구팀은 89%의 정확도로 비유기 화학반응을 예측해내는 데 성공했다.

■ 바다소 찾아내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술이 멸종위기종 생태 조사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호주 머독대 아만다 호드손 교수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바다소(seacow)를 추적해 개체수를 파악하고 있다. 바다소는 움직임이 빨라 추적하기 어려운 종으로 유명하다. 그간 생태학자들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며칠 동안 바다소 무리를 찾아헤매곤 했다. 망망대해에서 바다소를 찾아내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드론을 띄워 바다의 항공사진을 찍은 뒤 이 사진에서 바다소를 찾아내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촬영한 4만5000여장의 바다 사진에서 맨눈으로 점보다 작은 바다소를 찾으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연구진은 퀸즐랜드공대 프레데릭 매리 박사 연구팀과 손잡고 기계학습 플랫폼인 텐서플로를 사용해 수만장의 항공사진에서 바다소를 자동 식별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탐지기를 만들었다. 텐서플로는 최근 구글이 구글포토에 적용한 기술 중 하나로 특정 동물, 특정 행사 등으로 사진을 자동 분류 및 검색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연구팀은 텐서플로를 사용해 맨눈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4만5000여장의 사진 속에서 바다소를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낸 바다소는 수작업으로 찾아낸 바다소의 80% 정도였다. 연구진은 바다소를 찾는 성능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향후 다른 해양 동물의 개체수를 세는 데도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목정민 기자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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