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교과서 '대못 박기' 연일 강공..배경엔?

김경욱 2017. 1. 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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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심사 강화' '연구학교 지정 돌입' 등
교육부, 연일 국정교과서 대응책 내놔
국정교과서 금지법 통과 당분간 쉽지 않고
정권 바뀌어도 즉각 철회 어렵다고 판단한 듯

[한겨레]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강경 대응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의 국회 통과와 ‘대한민국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2015 역사과 교육과정’ 수정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되도록 많은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보급해 ‘대못 박기’를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2018년년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힌 뒤, ‘검정 교과서 심사 강화 발표’(9일), ‘연구학교 지정 거부 교육청 제재 방안 검토’(9일), ‘연구학교 지정 절차 돌입’(10일)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또 15일에는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안의 행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총 2496명)을 검토한 결과, 2015 교육과정의 역사과 적용 시점을 2018년 3월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2015 교육과정의 역사과 적용 시점을 올해 3월에서 내년 3월로 변경하겠다고 행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나 교사들은 새 교육과정 적용시기를 2018년3월이 아닌 2019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직 검정교과서 집필기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3월부터 사용할 검정교과서 개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8년에 새 교육과정을 모든 교과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

교육부의 이런 행보엔 야당이 국정교과서 금지법(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본회의 상정 전 필수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인데, 그는 2015년 국정화 논란 당시 국정화에 대해 찬성했던 인물이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심사하게 될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 위원장도 극우 성향으로 손꼽히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교문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법사위 구조를 생각하면 금지법 통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금지법 통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없다. 법이 통과된 뒤에 구체적인 법 내용과 시행 시기 등을 보고 검토하겠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져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국정교과서를 당장 폐기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구학교에서 주교재로 쓰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면 ‘학생들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른다’는 역공을 받을 수 있어 바로 폐기하기 쉽지 않다. 2015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교과서 집필기준을 변경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노리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대못’을 박기 위해 연구학교를 늘리는데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44억원의 예산과 학교 현장의 혼란 등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 국정화를 추진한 교육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국정교과서 사용 학교를 한 곳이라도 늘리려 하는 것”이라며 “2015 교육과정 적용 시기 연기를 거부하며 검정교과서를 앞으로 1년 안에 졸속으로 만들도록 한 것도 검정교과서에 대한 국정교과서의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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