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향한 헌재·특검의 속도전..누가 먼저 닿을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결론 먼저 내는 쪽이 다른 기관에 영향 끼치는 구조…"경쟁하듯 대통령 압박하는 형국"]
헌법재판소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종착지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먼저 닿을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마저 감지된다. 어느 한쪽의 결론이 다른 쪽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신병에 관한 최종 결론을 어디서 먼저 내놓을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번 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오는 16, 17, 19일 3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씨 등에 대한 재판보다 기일이 잦고 진행도 빠르다.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던 헌재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 박한철 헌재소장은 자신의 퇴임일인 1월31일 이전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여러 차례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 공백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소장은 지난 12일 열린 4차 변론에서 증인에게 “지금 같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냐”고 물으며 이 같은 인식을 내비쳤다.
1월 31일 이전 탄핵 여부 결론이 내려질 경우 이는 특검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수사 기한이 한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형사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인 만큼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면 특검 수사는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는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헌재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준 것인 만큼 수사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도 임기까지 기소도 불가능해지고 특검이 이후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정치적인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헌재에 출석해야 하는 증인들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형사재판 등을 이유로 헌재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 박 소장의 의지와 별개로 1월 안에 결론을 내리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시점인 3월경까지 결론이 미뤄질 전망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3월까지 미뤄지면 특검이 먼저 박 대통령을 조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이미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분류해 불이익을 줬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의 연관성도 살피고 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범죄라고 명시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뇌물수수는 박 대통령의 탄핵요건이 되는 것들이다. 둘 중 하나에서만이라도 박 대통령이 연관됐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는 탄핵 인용의 근거로 쓰여 헌재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탄핵이 되기 이전이라 특검이 직접 박 대통령을 기소할 순 없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공범’으로 공소장에 명시하면 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현재 어느쪽이 먼저 결론을 내놓을지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쪽에서 먼저 결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처음에는 헌재가 최소한 최씨 등에 대한 1심 판결은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갔다”며 “특검과 헌재가 경쟁하듯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헌재의 탄핵 심판은 사실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인 만큼 보다 신중히 진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지나친 속도전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국정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헌재소장의 인식이 맞다고 본다”며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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