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제동 건 교황
[경향신문]ㆍ“성지 신성하게 지켜져야”…팔 대통령과 비공식 대화도
“아브라함이 남긴 세 종교의 성지(예루살렘)가 신성하게 지켜져야 한다.”
1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이스라엘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바티칸에 팔레스타인대사관이 개관하자 교황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결정을 따르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또 이날 바티칸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만나 20분 이상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
아바스 대통령은 “교황과 이·팔 평화 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교황은 두 국가가 폭력 대신 대화에 나서 해결책을 찾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바스는 트럼프가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에 대해 “공존 원칙을 깨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티칸 성명은 예루살렘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교황도 미 대사관 이전에 반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이·팔 양측이 공존의 원칙에 합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 거대한 분리장벽을 세우고, 요르단강 서안을 불법 점령해 유대인 정착촌을 지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팔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쳤지만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대사관 이전 등을 공언하며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섰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 모두의 성지다. 유엔은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가져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삼고 싶어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래 줄곧 종교 간 화해를 설파해왔다. 2014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세워진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앞에서 기도를 했고 지난해에는 이·팔 대통령을 초청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교황청과 거리를 두고 있다. 2015년 교황이 아바스 대통령을 “평화의 천사”로 묘사한 뒤로 갈등이 더 커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파리에서 이·팔을 비롯해 70여개국 외무장관이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교황도 두 국가 지도자가 이 모임에 참여하라고 독려했지만 네타냐후는 “파리 회의는 반이스라엘 진영인 프랑스가 팔레스타인과 조작한 모임에 불과하다”며 거부했다. 파리 회의에서 올랑드를 비롯한 각국 대표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관 이전 계획이 이·팔 공존 원칙을 깨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규탄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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