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망원점 알바노동자는 왜 분노하는가

이가현 아르바이트노동조합 기획팀장 2017. 1.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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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서울 망원점 알바노동자들 “월급 퇴직금 선 지급하고 가맹점주에게 구상권 청구하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문을 닫은 서울 마포 맥도날드 망원점 앞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60여명의 체불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맥도날드 망원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맥도날드 본사와 망원점 점주 간의 가맹계약이 해지되는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임금도 받지 못했다. / 김영민 기자

지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대로변. 굳게 문을 닫은 맥도날드 앞에 1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손에는 피켓을 든 사람들. 바로 알바노조 조합원이다. 망해버린 망원점 꾸미기. ‘망망꾸’를 위해서였다.

맥도날드 망원점이 문을 닫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가맹점 사장이 ‘날랐다(날아가 버렸다)’. 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채, 매장 문을 닫고 도망갔다. 60여명의 노동자가 총 5000여만원의 한 달치 임금을 못 받았다. 4~5년 일한 알바노동자도 있었다. 그들의 퇴직금까지 생각한다면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

매장 문을 닫기 직전까지 알바노동자들은 본인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평소 매장에 잘 오지도 않는 사장은 문을 닫기 직전에야 매장에 나타나 금고에서 현금 수천만 원을 가져갔다. 사장은 맥도날드가 망원점 운영권을 팔아놓고 얼마 안 있어 합정점에 직영점을 오픈시켜서 속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월급통장을 본사가 압류하고 있어 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장이 본사 탓을 하는 동안, 본사는 사장 탓을 했다. 사장이 6억~7억원의 서비스료를 내지 않아서 가맹 해지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합정점 오픈 이후 오히려 망원점의 연 매출은 36억원으로 더 올랐다고 한다. 본사도 피해자라고 한다.

본사가 정말 피해자일까?

맥도날드의 2015년 매출은 6033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2015년보다 매출이 더 올랐다고 한다. 신제품 슈비버거는 한 달 만에 300만개나 팔렸고, 새해를 맞아 출시한 행운버거는 9일 만에 100만개나 팔렸다. 미래형 매장도 2016년 10월 이후 석 달간 150개까지 늘렸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올 상반기 안에 2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본사는 피해자가 아니다. 사장과 이익을 위해 ‘상생’한 ‘협력자’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룩이 제시한 ‘세 다리 의자(The Three-Legged Stool)’ 철학을 살펴보자. 각각의 다리는 ‘본사’와 ‘가맹점’, ‘식재료 등의 공급업체’를 뜻한다. 이 셋이 서로서로를 지탱해서 하나의 의자를 만든다. 함께 협력하여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자 위에 앉는 건 본사다. 망원점 사장이 36억원을 벌 동안, 맥도날드는 6033억원을 벌었다. 대체 얼마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6033억원. 망원점 체불임금액의 1만2000배다.

맥도날드의 의자에 알바노동자 자리란 없다. 맥도날드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손님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그곳에서 묵묵히 일했던 알바노동자들. 낮은 최저임금에도 “그래도 여기는 법은 지키니까”라며 일했던 알바노동자들. 주문부터 햄버거 만들기, 청소, 배달까지 맥도날드를 움직였던 알바노동자들. 그리고 망원점 알바노동자들. 그들은 본사와 가맹점이 돈을 벌 동안 오히려 월급을 도둑맞았다.

중요한 건 알바노동자의 삶이다. 본사와 사장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서 알바노동자는 등이 터지고 있다. 사장이나 맥도날드 본사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통장도 압류하면서 한가하게 법정 싸움을 벌일 수 있지만, 알바노동자는 월급이 하루 이틀만 밀려도 치명적이다.

우리는 본사와 사장, 둘만의 싸움에 관심이 없다. 망원점 알바노동자들이 공분하는 것은 가맹점 사장이든, 맥도날드 본사든 맥도날드를 위해 일한 직원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문을 닫아버리고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것에 있다.

알바노조의 문제 제기로 망원점 사건이 논란이 되자 맥도날드는 “해당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선의 노력. 말은 좋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알바노조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알바노동자들의 피해를 본사가 책임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본사가 60명의 직원에 대한 월급과 퇴직금을 먼저 지급하라. 그리고 이후 사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라.

망원점의 임대료를 누가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본사가 내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그렇다면, 임금을 본사가 먼저 지급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 있나. 우리에게 월급은 생존비용이다. ‘망해버린 망원점 꾸미기’에서 한 참가자는 풍선에 이렇게 적었다. ‘교통비, 밥값, 핸드폰비도 못 내고 있다. 내 돈 내놔라.’

또한 맥도날드 본사는 계속해서 일하고 싶은 알바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라. 망원점의 일부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장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하루아침에 소중한 직장을 잃었고, 그동안 일한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게 생겼다.

가맹점 알바노동자는 죄가 없다

물론 현행법상 본사가 책임을 회피할 여지는 아주 많다. 가맹점의 일이니까. 본사가 직접 채용한 게 아니니까. 법이 그러하니까. 그러나 직접 채용한 게 아니니 본사와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소리는 이제 접어둬야 한다. 법리상 안 된다고? 그렇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

2015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또는 하청업체 종업원들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NLRB는 이 역사적인 판결문에서 노동환경이 극적으로 변했다며 사용자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는 선택을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접적인 통제도 단체교섭의 조건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맹점에서 일한 알바노동자는 죄가 없다. 직영점과 똑같은 맥도날드 간판이 걸린 매장에서 일했다. 직영점 알바노동자와 똑같은 채용사이트에서 지원서를 제출했다. 직영점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은 햄버거를 만들었다. ‘글로벌 대기업이니 그나마 법은 잘 지키겠지’라는 똑같은 믿음을 가진 채 일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위해 본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맥도날드에서 우리는 일을 넘어 사람을 배웁니다’라는 채용 광고. 정작 그 이면엔 “최저시급 주면서 그걸 떼먹냐”고 말하는 알바노동자가 있다. ‘알바는 흙 파먹고 사냐’, ‘알바는 고달프다’라는 팻말을 망원점에 붙인 사람이 있다.

이제 요구할 시간이다. 우리는 이제 뭉쳐야 한다. 알바몬 광고 혜리도 말했다. “뭉쳐야 갑이다”라고. 혼자서는 힘이 없다. 개미 한 마리가 사람을 공격해봤자 별 타격이 없다. 그러나 개미가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가 사람에게 달려든다면? 알바노동자들이 단체로 모여서 맥도날드 본사에 이야기한다면?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그런데 알바노동자들이 주휴수당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주휴수당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60년 동안 알바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요구하지 않는 권리는 이렇게 몇십 년이고 겨울잠을 잔다.

맥도날드 노조로 모여야 한다. 알바노조로 모여야 한다. 가만히 있어선 해결되지 않는다. 모여서 외쳐야 한다. 망원점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하라고. 너무나 낮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알바노동자에게도 존중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헌법 33조 1항을 적어 둔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이제 요구할 시간이다. 맥도날드 망원점 알바노동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요구가 필요하다.

<이가현 아르바이트노동조합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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