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한겨울에도 푸른 나무 볼 수 있는 안면도수목원.. 상록활엽수의 전시장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2017. 1.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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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자연휴양림과 이웃해 있어서 그럴까요? 안면도수목원은 안면도만큼이나 편안한 곳입니다. 쭉 뻗은 안면송의 호위하에 안으로 들어서면 천혜의 자연환경 위에 조성된 수목원을 맘 편안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안면도수목원(안면정에서 내려다본 청자자수원 쪽 모습)

안면도수목원은 중부지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남부수종의 전시장입니다. 심는다고 해서 무조건 자라는 게 아닌 남부수종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지역에 심어야 잘 자랍니다. 안면도수목원이 자리한 장소는 낙조로 유명한 꽃지해수욕장이 지척에 놓인 곳입니다.

바다와 가까우므로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보니 추위에 약한 남부수종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이 됩니다. 그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안면도수목원에서는 다양한 남부수종을 관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넓은 잎을 가진 상록활엽수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가도 얼마든지 푸른빛의 볼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안면도수목원 들머리의 안면송

넓은 잎을 가진 상록수 하면 대개 동백나무를 떠올립니다. 더 말해 보라고 하면 청문회 증인이 됩니다.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는 상록활엽수가 그렇게 동백나무에서 끝인 분들은 안면도수목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나무에 대해 좀 안다 하고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낭패 봤다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부수종은 그 나무가 그 나무 같고 당최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더라는 경험담을 늘어놓지 않으려면 안면도수목원을 학교 삼아 공부하면 됩니다.

먼나무 열매

안면도는 원래부터 남부수종이 자라는 곳입니다. 정금나무, 먹넌출, 말오줌때, 합다리나무, 나도밤나무 같은 나무들이 그렇습니다. 수목원 울타리 안에 있다 해도 심은 게 아니라 저절로 자라고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은 모두 낙엽성이라 겨울에는 잎이 지고 없습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매단 상록수를 온실이 아닌 야외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안면도수목원의 최대 장점입니다.

아왜나무 열매

그중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는 나무로 먼나무가 있습니다. “저게 먼(뭔) 나무야?” 하고 물었을 때 “뭔(먼)나무!” 하고 장난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저 멀리 있어서 먼 나무가 아니라 줄기가 먹처럼 검은 나무라는 뜻의 제주 방언 ‘먹낭’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즉, ‘먹나무’가 ‘먼나무’로 변한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하면 어떤 분들은 먼나무의 줄기가 별로 검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제 눈에도 그렇기는 하나 식물명은 어디까지나 짓는 사람 마음이므로 저한테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구실잣밤나무 꽃

먼나무는 붉은색 열매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 보니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뭔 나무인지 모르겠어서 뭔나무라고 하다가 먼나무가 된 게 아니냐는 우스개를 그래서 합니다. 특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잎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점을 기억하면 의외로 쉽게 먼나무가 눈에 보입니다.

<<a href="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2029.html">먼나무 자세히 알기>

구실잣밤나무 열매

먼나무만큼이나 이름이 특이한 아왜나무라는 것도 있습니다. 관람하러 온 학생들은 아왜나무의 팻말을 보면 “아~ 왜~!” 하는 말을 하며 자기들끼리 웃곤 합니다. 예전에 했던 ‘상상플러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탁재훈이 유행시켰던 “아! 왜~!”라는 유행어 때문입니다.

그럼 왜 하필 아왜나무라고 했을까요? 사실 아왜나무는 나도밤나무의 일본명 ‘아와부키’를 차용해 ‘아와나무’라고 하던 것이 변한 이름입니다. 실제로 아왜나무 잎은 나도밤나무 잎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왜나무의 잎은 두껍고 반짝반짝 광이 나는 점이 다릅니다.

가시나무는 잎이 작고 날렵하며 가장자리 대부분에 톱니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아왜나무를 방화수(防火樹)로 여깁니다. 불이 붙으면 아왜나무의 수분이 소화기처럼 거품을 만들어 산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대개의 상록활엽수는 잎이 넓은 만큼 수분이 많아 불에 빨리 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더디게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진화할 시간을 벌어주어 결과적으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게 되는 것입니다.

<<a href="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2024.html">아왜나무 자세히 알기>

종가시나무는 잎 끝쪽이 넓고 상반부에 톱니가 있다

5월 말부터 6월까지 안면도수목원에서 가장 볼 만한 건 구실잣밤나무입니다. 구실잣밤나무는 꽃이 밤꽃처럼 연한 노란색으로 핍니다. 그것이 무리 지어 피면 그 나름 장관입니다. 게다가 구수한 꿀 향기를 풍겨 관람객들의 코를 자극합니다.

이름은 구슬처럼 빛나는 열매가 달리는 데서 ‘구슬+잣밤나무’라고 하던 것이 변했습니다. 말이 구슬이지 껍질에서 꺼내보면 열매가 도토리 같습니다. 맛은 잣이나 땅콩처럼 고소합니다. 도토리가 날로 먹기 어려운 데 비해 구실잣밤나무의 열매는 밤처럼 날로 먹을 수 있으니 비교적 잘 지은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붉가시나무는 잎이 가장 크고 톱니가 거의 없다

<<a href="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2012.html">구실잣밤나무 자세히 알기>

구실잣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의 상록활엽수로 가시나무 종류가 있습니다. 가수 조성모 노래에 나오는 그 가시나무가 아닙니다. ‘가시’라고 부르는 도토리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나무들입니다. 참나무과의 낙엽활엽수로 6종만 구분하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1월에 벌써 꽃 피고 있는 납매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말입니다. 그것처럼 참나무과의 상록활엽수도 6종만 구분할 줄 알면 됩니다.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졸가시나무가 그것입니다.

이 중 참가시나무와 개가시나무는 보기 드문 종입니다. 졸가시나무는 우리나라 수종이 아니므로 몰라도 그만입니다. 나머지 3종인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만 구별할 줄 알면 됩니다. 안면도수목원에는 그 3종이 다 있어서 비교하기 좋습니다.

식별 포인트는 잎의 톱니입니다. 일단 가시나무는 잎이 작고 날렵하며 잎 가장자리 대부분에 규칙적인 톱니가 있습니다. 종가시나무는 잎의 끝쪽이 넓고 잎 가장자리의 상반부까지 톱니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붉가시나무는 잎이 훨씬 크고 톱니가 거의 없습니다. 이 점만 알면 3종의 가시나무는 쉽게 구분됩니다.

복습해 볼까요? 잎에 규칙적인 톱니가 많으면 가시나무, 상반부에 몰려 있으면 종가시나무, 거의 없으면 붉가시나무. 이것도 복잡하다 싶으면 종가시나무 하나만 알아두면 됩니다.

<<a href="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2005.html">가시나무 자세히 알기>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집니다. 난방비가 적게 나오고 길 막히는 일도 없어 좋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모름지기 겨울다운 겨울이어야 봄다운 봄이 오는 법이니까요. 봄다운 봄의 실종!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안면도수목원에서는 3월에 피는 납매가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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