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는게 과학

원호섭 2017. 1.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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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혼, 영혼, 그리고 탄핵.' 2016년 병신년 한 해는 비과학,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샤머니즘이 이슈가 됐고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인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었다. 대중은 불안했다. 결국 합리성, 논리성, 이성 등을 내건 '과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과학교양서적 매출이 크게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같은 말이라도 국제저널에 게재됐다거나, 유명 과학자의 이름을 언급하면 한마디가 갖고 있는 힘은 수직상승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라"는 말은 마치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들린다. 과학은 절대적일까. 오히려 과학자들은 과학에 대한 맹신, 과대포장을 경계한다.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과학이라는 단어. 우리는 과학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기술한다." 17세기, 고전역학을 완성한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저서 '프린키피아'에 이 말을 남긴다.

뉴턴은 미분을 만들고, 물체의 움직임과 행성의 운동을 관찰한 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깔끔한 수식을 세웠다. 그가 완성한 뉴턴역학은 훗날 상대성이론은 물론 양자역학까지 확장된다.

당시만 해도 과학은 명확했다.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을 찾아냈다. 과학은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의학, 생물학, 공학을 넘어 사회학, 심리학까지 적용된다. 과학의 힘은 방대해져만 갔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거 2000년 종교가 갖고 있던 위치를 과학이 대체해 가고 있다"며 "물리학, 수학에 국한됐던 과학의 사용범위가 넓어지면서 '과학'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힘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적 대책 마련' '과학적 접근 방법' 등 많은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정량화할 수 없는 문제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넣어버린다. 박인규 교수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그룹이 수학적인 명제가 아닌 사건, 문장을 두고 자신의 접근방법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령 '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한 과학적 정책'이란 접근은 합리적, 객관적으로 대책을 세운다는 말은 될 수 있지만 그 정책이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과학적 대책이라고 해서 완벽한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정확한 숫자를 내는 것이 과학은 아니다"며 "과학은 합리적 가정과 증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루에도 수백 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하루에 커피 세 잔 이상을 마시면 몸에 좋다, 나쁘다 등 서로 상반된 논문이 발표되기도 한다. 논문 게재를 이유로 특정 식품이 암과 같은 질병에 좋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문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마치 성경이나 코란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특정 논문을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이비'를 의심해야 한다. 실험 환경조건이 달라지면 논문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많다. 쥐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이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실험은 변수가 많다 보니 재현이 안 되는 일도 잦다.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가 전 세계 1576명의 과학자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가 넘는 과학자들이 논문 재현성이 위기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실험 결과가 재현되지 않으면 객관성을 얻지 못한다.

네이처는 "화학 분야의 경우 논문으로 발표된 다른 연구자의 실험을 재현해본 결과 실패율이 80%를 넘었으며 생물학, 물리학, 의학 모두 60% 이상 재현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논문이 나왔다는 것은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며 "논문 내용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

재현이 되지 않아 논문이 철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13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을 이용해 인슐린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성과를 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셀'에 발표했다.

'베타트로핀'이라는 호르몬이 인슐린 생성을 촉진하는 데 이를 활용하면 당뇨병에 걸린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획기적인 연구였다. 하지만 3년 뒤 베타트로핀은 당뇨 치료제로 가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이 논문을 철회했다.

과학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여럿 발생한다. 과학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사이비, 유사과학이 판을 치는 것이다. 2007년 한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슈가 됐던 '제로존 이론'이 대표적이다. 7개의 단위계(길이, 질량, 시간, 전류, 온도 등)를 숫자1로 변화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신개념 이론이라고 소개된 이 이론은 언론을 통해 '노벨상 0순위'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한국물리학회 등 전문가들이 나서 "과학적 가치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여전히 제로존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은 곳곳에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들까지 이 이론에 빠져들기도 했다. 영구동력 장치를 개발했다며 대중의 투자를 받으려 하거나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치료법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횡행하기도 한다. 이주한 책임연구원은 "과학은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이비를 구별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의견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사이비 과학에 빠지지 않으려면 '비판적 합리주의'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력과 투자가 수반되지 않은 혜택은 환상일 수밖에 없다"며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영구동력이나 특정 식품이나 기술의 과대한 포장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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