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너무 많다, 심지어 노동계도.. 대타협 통한 대통합 필요"

뉴욕·인천공항/김덕한 특파원 2017. 1. 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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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귀국]
반기문 前유엔사무총장 귀국 비행기서 인터뷰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구나,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 얽히고설킨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참 고민 많았다."

11일(현지 시각) 지난 10년간 일했던 미국 뉴욕을 떠나 귀국길에 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표정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인천공항을 향하는 항공기 기내에서 두 차례, 두 시간에 걸쳐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출사표를 던진 이유와 자신의 경쟁력,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지난 연말 퇴임한 후 1주일간 휴가를 가진 뉴욕주 북부의 한 산장을 나서 곧바로 뉴욕 JFK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반 총장은 14시간 비행시간 동안 3시간밖에 자지 않고 '제4차 산업혁명' 등 책을 읽었다. 그는 "총장 하는 동안 늘 이렇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정치]

국민 신임 받으면 국가 신인도 바로 올릴 수 있어

지도자 수천명 만나… 어떤 나라가 잘 되는지 안다

―탄핵 정국, 촛불 정국 영향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저의 성향이 보수 쪽에 속하고,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보는 거다.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은 다 보기 싫은 것은 정치사적으로 보면 쓰나미가 불어오는 거다. 제가 개도국 독재자들을 불러놓고 이러지 말라,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쓴소리를 많이 했는데, 갑자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민망하게 됐다."

―그런 말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기회는 없었나.

"예를 들어 '불통이다'라는 얘길 듣고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1년에 한두 번 만나면서 그런 얘기 하기가 참 어려운 면이 있었다."

―반 전 총장의 핵심 경쟁력은 뭔가.

"대통령은 통치를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협상과 중재를 하면서 문제를 딱 부러지게 해결해야 한다. 사무총장 10년 하면서 지도자 수천 명을 만났고, 어떤 나라는 왜 실패했고 어떤 나라는 왜 잘하는가를 봤다. 그들에게 느끼고 배운 것이 있고, 그런 면에서 나는 자질은 가지고 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정상이 개별적으로도 '당신이 되면 관계가 참 좋겠다'는 덕담도 꽤 했다. 혹시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 이제까지 좀 떨어진 (국가) 신인도는 바로 올릴 수 있겠다, '믿을 만한 한국'이라고 생각하며 거래하고 믿고 투자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못 산다. 이게 시대정신이자 정의다. 대통합의 수단은 대타협이다. 특권계층이 이 사회에 너무 많다. 심지어 노동계에도 특권층이 있다. 자기주장만 계속 해대고 거리를 뛰쳐나와 어거지를 쓰면 대타협이 안 된다. 70~80년대에는 지역주의가 문제였는데 이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계층이 생겼다. 거기에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머리 좋고 잘사는 사람은 훨씬 더 잘살고 낙오하는 사람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 지도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직접 나서야 한다."

―귀국 후 가장 큰 관심은 누구와 함께 정치를 할 것인가이다.

"저를 지지할 정당이 없으니 완전히 무소속으로 나와 있지만 언젠가는 저를 지탱해줄 조직이 있어야 되겠죠. 국가 통합과 대타협을 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와도 만나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바로 들어가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

―1987년 체제는 몸에 안 맞다고 했는데 개헌에 대한 생각은?

"개헌은 해야 한다. 개헌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문제가 나오지 않겠는가. 그런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사계의 권위자들과 국민의 총의를 모으겠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

[외교 안보]

日이 소녀상 철거 위해 10억엔 줬다면 돌려줘야… 사드 中보복, 외교로 해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업적이 미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억울하고 야속하다. 이렇게 사람의 진심을 폄훼할수 있나. 어느 총장이라고 어려운 일이 없었겠나만 유엔 역사 71년 중에 내가 재임한 10년 동안은 2차 대전 이래 가장 많은 변혁을 가져온 시기였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었고 무사안일, 복지부동하던 유엔도 개혁했다. 유엔본부에 윤리국을 처음 만들고 재산공개제도도 만들었다. 유엔 예산도 줄이고 뉴욕, 제네바 같은 좋은 지역에 있는 직원은 10여년간 움직이지 않던 걸 이동시키는 등 인사 개혁까지 하니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아시아 출신이라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반발도 있었고, 주로 영미 언론의 (나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이 뭔가.

"위안부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거라 한 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일 간 그렇게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문제를 합의에 이뤘다는 것을 환영한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뭐가 잘됐는지 얘기한 건 아니다. 최근 부산에 소녀상 세운 것 가지고 일본이 이러저러하다 하고 있는데 만약에 (위로금)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건 잘못된 거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지 말이 안 되는 거다. 내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지난 크리스마스 날 전화했는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에서 공평하게 접근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사드는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경제정책은 수정도 할 수 있지만 안보는 두 번 다시가 없다. 그런 면에서 사드 배치를 합의 지지하며,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한 방위 축인데 한·미 간 이미 합의된 것을 다시 논의하자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중국의 보복 우려도 있지만 그건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

[경제 사회]

경제 모른다고? 유엔서 세계경제 틀 짜… 中企 살길 막는 재벌들 개혁해야

―경제 전문가는 아닌데 경제를 잘 챙길 수 있나.

"제가 경제를 모른다고 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유엔 사무총장이 미시적으로 국내 경제정책은 잘 모르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세계경제의 틀을 짠다. 유엔의 MDG(새천년개발목표), SDG(지속가능발전계획) 등을 만들지 않았나. 빈곤 극복, 기후변화 대응, 세계 평화 등의 계획을 만들었는데 2차대전 이후 전 세계적인 청사진을 만든 건 사상 처음이다. 한국 경제계도 전체 흐름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재벌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는가.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재벌의 영향이 너무 크니까 거기서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 중소기업이 창의를 갖고 자기만의 레벨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재벌 하도급으로 가니까 창의가 나올 수 없다. 노동자도 하도급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60%만 임금을 받으면 그게 불공평한 사회다. 계층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원칙적으로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신상]

박연차 돈 수수설 억울… 인격살인式 검증은 곤란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에 대해 억울하다 했지만 동생과 조카인 반기상·반주현씨가 미국 검찰에 기소된 것도 비판받고 있다.

"(박연차 건은) 진짜 억울하다. 사실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다 반대했는데 우리 집사람이 요즘 들어서는 신문에 나오는 여러 문제점과 국민의 염원, 저한테 주어지는 격려 같은 걸 보면서 혼자 반대해서 안 될 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평소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직자로서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국회 청문회를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만약 검증을 받으면 뭐가 문제가 될까 이런 생각 하면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엉뚱한 것, 박연차씨한테 돈을 받았다 어쨌다 하는 게 나오는데 도대체 내 이름이 왜 거기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검증이라도 받겠지만 인격살인 식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 정책으로 대결 안 하고 남 약점 캐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반기상 반주현씨가 총장께서 카타르 왕비와 친한 걸 이용해 건물을 팔려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현이 문제가 나오는데 딴 사람도 아니고 제 동생이고 조카라고 하는데 면목이 없다. 그러나 사실 아들도 따로 살면 뭐 하는지 잘 모르는데 조카랑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데 전혀 그 친구가 무슨 일 했는지도 모르겠다."

―유엔 사무총장은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유엔 조항이 있다.

"그것이 저의 어떤 정치적인 행보, 특히 선출직과 관련된 정치 행보를 막는 그런 조항은 아니다."

―국내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여러분 제가 좀 실망스럽다. 그 공직선거법에 보면 저는 중앙선관위에서 아마 어떤 국회의원분이나 또 언론에서 문의가 있었을 때 분명히 자격이 된다고 이렇게 몇 번 유권해석을 했다. 그럼에도 자꾸 그 문제를 가지고 나온다는 것은 너무 바람직스럽지 않고, 공정한 언론이나 여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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