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저축했다면 잊으세요.. 중도 해지 않는 것이 관건

정하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2017. 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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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은퇴백서] 50~60대 '다음 단계' 노후 준비, 어떻게 해야 할까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2030세대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될 듯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올해는 결혼해야지?" 싱글이라면 명절마다 일가친척들이 건네는 이런 덕담 아닌 덕담을 들어야 한다. 한국에선 대학을 가면 취업 준비, 취업하면 결혼, 결혼하면 출산처럼 주위에서 기대하는 다음 단계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요즘엔 50~60대도 이런 '다음 단계 준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노후 준비 부담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로는 '노후 준비 부족'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적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 1위이며 그 수치는 나이가 높아질수록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문제는 주위에서 권하는 길을 따라가도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세대, 여기에 내 집 마련·대인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에 이어 노후 준비를 포기하는 '노포'가 등장하는 이유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스스로 포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 5060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인 2030세대는 '부모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 성장기에 노력하면 보답을 받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적으니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 근거 없는 잔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도 싫어했던 잔소리를 아랫사람에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면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녀 세대가 위험을 덜 짊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고민하는 20대 청년들에게 4050세대가 진심으로 해 주는 말이 도움이 될 때가 있듯이, 먼저 삶을 살아 보고 시행착오를 겪은 인생 선배들의 노후 준비 조언도 새겨들을 부분이 있을 듯하다.

노후 준비 자금은 '중간에 해지 않는다' 원칙 세워야

이미 은퇴한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경제적인 준비 부족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젊었을 때 더 모을걸'이다. 그런데 더 많이 저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생활비가 꾸준히 나가는데 수입원이 하나 더 생기지 않고서야 저축액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액을 늘릴 수 없다면 더 중요한 것은 더 오래 돈을 모으는 것, 즉 더 빨리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다. 노후 자금을 모으고 싶다면 소액이라도 '지금 당장' 돈 모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일찍 시작해서 오래 모으는 '장기 저축'을 할 때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중간에 해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퇴자 중에는 적금이나 보험을 중도해지한 것을 후회하는 이가 많다. 해지 당시에는 그 돈이 유용하게 쓰이는 듯 느껴지지만 퇴직 후엔 소득이 많이 줄기 때문이다.

은퇴 후 건강 관리도 미리 챙겨야

행복한 노후를 위한 또 하나의 조언은 100세 이상 어르신의 장수 비결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3159명인데, 세 명 중 한 명(34.4%)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생각한 장수 비결은 소식(小食) 등 절제된 식습관(39.4%),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 등이었다. 유전적 요인을 꼽은 비율은 14.2%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장수 생활은 큰 부나 성공이 아닌 안빈낙도(安貧樂道)에서 비롯됨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은퇴 전에는 최대한 노후 자금을 많이 준비하지만 퇴직 후에는 보유한 재산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이때 재산이 부족하다고 비관만 할 것인지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낙관적으로 살아갈지는 마음가짐에 달렸다. 또한 이들의 76.7%가 평생 금주하고 79.0%가 평생 금연을 했다. 건강에 대한 기초적인 습관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후를 같이할 가족·친구도 중요

생애 마지막을 눈앞에 둔 이들은 돈이나 건강보다도 관계를 아쉬워했다. 말기 암 환자 등을 돕는 호스피스로 일한 호주의 브로니 웨어('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저자)는 여러 해 동안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이런 것을 후회했다. 진짜 나의 삶 대신 남들이 기대하는 삶을 산 것,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은 또 "일을 덜 하는 대신 가족과 친구들을 더 챙겨야 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50대에 은퇴한다면 인생은 30년 넘게 남아 있는데 자신의 마음에 좀 더 솔직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후회를 좀 더 줄이고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돈·건강·사람…. 무엇 하나 완벽하게 준비하기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인생 선배들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준비해 가는 것 자체가 더 좋은 인생을 만드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책 '백 년을 살아보니'를 쓴 97세의 김형석 교수는 존경하는 스승을 다시 만나 '저 어른같이 늙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이 있다고 적었다. 내가 만드는 삶의 모습이 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면 그만큼 만족스러운 노후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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