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비박 모여 빅텐트 치자
유승민·안철수 "무원칙" 비판
반기문·김종인·손학규 중심 뼈대 만든 뒤 제3 세력화 추진
2017년 정치권에 ‘빅텐트’가 쳐질 수 있을까. 반기문(73)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면서 제3 세력이 모여 만드는 ‘빅텐트’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빅텐트는 반 전 총장이 정당에 들어가는 대신 제3지대에서 새누리당 친박, 더불어민주당 친문계를 제외한 세력이 모여 대선에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말한다.
그는 연대 대상으로 국민의당, 바른정당, 손학규 전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주권개혁회의, 김종인 전 대표 등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비전, 철학 등을 공약으로 국민 앞에 제시한 뒤 정치적 연대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 기자에게 “현실적으로 빅텐트가 될지 안 될지 모른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 전 대표와 함께 빅텐트를 치는 데 대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들 세 명이 우선 빅텐트의 뼈대를 만든 뒤 나머지 비박계와 비문계 인사를 포섭해 천막을 두르면 제3지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주도권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경쟁자들은 빅텐트에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빅텐트는 결국 정치적 연대”라며 “비박과 비문이면 연대할 수 있다는 건 무원칙한 연대”라고 비판했다. “소위 비문만 아니면 다 뭉칠 수 있다는 빅텐트 연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역대 선거들을 보면 자신감이 부족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경우 선거에서 대부분 패배한다”며 연대보다 자강(自强)이 먼저라는 자강론을 펴고 있다. 그는 그동안 “반 전 총장의 출마 가능성은 반반(半半)” “정치공학적 연대는 완전히 불사르겠다”며 반풍(潘風)에 휩쓸리는 걸 경계해왔다.
다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내엔 빅텐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원이 상당수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입당해 우리 당의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중심의 빅텐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플랫폼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안철수·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과 강한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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