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피의자 이재용' 소환]이재용 '구속'될 경우 박 대통령의 '파면 사유' 명확해져

김경학 기자 2017. 1. 1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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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ㆍ법원, 영장 발부할 땐 최순실에 지원한 돈 ‘뇌물’ 인정
ㆍ삼성 측 ‘대통령 강한 압박, 어쩔 수 없어’ 피해자 강조
ㆍ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승계 문제 해결에 도움’ 판단

특검 사무실 올라가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최순실씨 일가 지원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공여·위증 등의 사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신병을 확보한 뒤 업무상 배임·횡령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이 최순실씨(61) 측에 지원한 수백억원대 자금이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받은 ‘뇌물’임을 입증해 이 부회장을 구속시킨다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대통령 탄핵 사유로 뇌물죄를 언급한 바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과 이 부회장은 수백억원대 자금이 최씨 측에 전달된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최씨나 최씨 딸 정유라씨(21) 측에 전달·약속된 삼성 자금의 ‘대가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 측에 200억원대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표를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정유라를 지원하라’는 박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지원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이고 대가성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특검이 물적 증거와 관계자들 진술로 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한다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뇌물’, 입증하지 못하면 ‘공갈’이 되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언제, 어떻게 받아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어떻게 지시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5년 7월25일 청와대 안가 독대 당시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에 ‘이번 정부에서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는 문구가 담긴 배경도 캐물었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경위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검은 ‘정씨 지원 사실을 200억원대 컨설팅 계약 이후에야 보고받았다’는 이 부회장의 증언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수뇌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전날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요청했고, 국회는 이날 고발 안건을 의결했다.

특검은 구속 사유에 뇌물공여와 함께 국회 위증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위증은 법정형 하한이 징역 1년인 중범죄인 데다, 뇌물죄에 대한 증거인멸 가능성까지 소명할 수 있는 일석이조 카드라는 게 특검의 계산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영장 청구의 핵심 사유인 ‘뇌물공여’를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다. 수뢰자인 박 대통령의 파면사유가 명확해지는 것과 다름없다. 헌재는 2004년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특검은 앞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계자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헌법 위반’을 적시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문화계 인사들의 명단을 제작해 관리하며 정부 지원 등을 배제시킨 혐의로 12일 새벽 구속됐다. 국가조직을 이용해 예술·출판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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