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피를 뽑아 DNA 실험..드들강 여고생 한 풀어준 법의학자 이정빈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는 이 교수가 이번 사건에 뛰어든 건 2014년. 경찰로부터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한 시점이다. 앞서 경찰은 2001년 2월 4일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박양의 체내에서 발견된 성폭행 용의자의 유전자(DNA)와 김모(40)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대검의 분석 결과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사건 발생 11년 만인 2012년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박양 가족이 재수사를 탄원하면서 이 교수도 다시 한번 이 사건 해결에 힘을 보탰다. 이 교수는 경찰의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검·경 합동수사가 이뤄진 지난해 여름 다시 한번 이 사건 수사기록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박양이 언제 사망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었다. 낡은 서류를 6차례 이상 읽어도 도무지 박양의 사망 시점을 밝힐 수 있는 자료가 보이지 않았다. 검찰에 "미안하다"는 전화를 하려던 직전 수사기록 중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작성한 하나의 문서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박양의 체내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정액과 박양의 생리혈이 섞이지 않은 상태였다는 걸 보여주는 특이한 기록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이 교수는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혈액과 정액이 필요했다. 그러나 요청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자가 공급'을 결심했다. 자신의 팔뚝에서 직접 피를 뽑았다. 정액은 아들(38)에게 부탁했다. 의사(재활의학 전공)인 아들은 평생을 법의학에 헌신한 아버지의 열정과 취지에 공감하며 흔쾌히 실험에 쓸 정액을 제공했다. 이렇게 부자 의료인이 의기투합했다.
37년 경력의 법의학 전문가인 이 교수는 직접 실험을 중시한다. 날 끝이 휜 칼에 사람이 찔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아보려고 보신탕집에 공급되기 직전의 죽은 개를 칼로 찔러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시국사건을 비롯해 각종 굵직한 사건의 진상 규명에 참여해 수백건의 시신을 부검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연세대생 이한열씨 사망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장준하 선생 유골 감식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의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도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면서 "법의학이 모든 사건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만큼 시신의 상태를 정확한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면 언제라도 난제 사건은 풀린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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