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자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자기검열"

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2017. 1. 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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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청와대가 보복할 것'이라며 만류"
회사·가족 상대 보복 우려.."국정농단 아직 믿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2017.1.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가 보도 이후 겪은 일로 인해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 기일에서 이 같이 말했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탄핵사유 중 '언론의 자유 침해'와 관련, 조 기자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조 기자는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취재·보도 전에 회사와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지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박관천 경위를 포함해 취재원들이 보도를 만류한 사실을 공개했다.

조 기자는 특히 "박 경위가 '당신이 이런 보도를 하게 되면 당신이나 세계일보, 통일교 재단까지도 보복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보복이라는 건 당신 생각처럼 순수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박 경위는 조 기자에게 "당신같은 경우 3년 정도 검찰청에 불려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세계일보는 세무조사를 당하고 통일교도 건드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청와대의 특정 수석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청와대) 전체와 싸우게 될 것"이라며 "조응천(전 청와대 공직비서관) 남재준(전 국정원장) 이재수(전 국군기무사령관) 등 남은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만류했다.

조 기자는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굉장히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던 경찰공무원이 가족을 남기고 그런 결정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차리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보복을 우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조 기자는 "아이들과 가족을 상대로 테러나 해코지를 하면 견디기 힘들겠다 싶었다"며 "가족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아이들 등하굣길에 아내가 동행하도록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 본인도 수사기관 관계자로부터 호신용 칼을 선물받아 지니고 다녔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와 대화하던 중 "(국정원이) 조 기자를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얘기했다.

보도로 인해 회사가 겪은 불이익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조 기자는 "정부광고 같은 경우 건강보험공단 광고는 1년간 중단됐다"며 "복지부 산하 광고도 줄었고 4개 계열사가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윤회 문건 보도 후 '문고리 3인방' 포함, 8명이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가"라는 질문에 "저희는 구체적으로 쓰지도 않은 '십상시'라는 분들이 자기 명예를 훼손해서 고소를 하는 코미디가 벌어졌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부인이 혈액암을 진단받고 자신은 자율신경계 이상에 따른 스트레스 과잉반응 증세를 얻게 됐다"며 "가장으로서 견디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권력에 대한 감시가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세계일보와 저는 똑똑히 경험했다"며 "지금도 정윤회의 국정농단을 믿고 검찰이 밝히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을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에게 보여준 사실도 공개했다.

조 기자는 "민감한 청와대 문건이 지속적으로 제게 들어오고 있는데, 불순한 세력이 개입했는지 걱정이 들었다"며 "청와대에서 보안 관련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얘기를 전해 줄 사람 찾았고, 사심없이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인 친동생에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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