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피의자 소환보단 반도체 낙관론이 먼저'..연일 오르는 삼성전자

연지연 기자 2017. 1. 12. 15: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은 12일 어두운 표정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재벌 총수로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와는 별개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낙관론도 이어졌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반응할 만큼 체력이 약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이재용 부회장 소환 소식에도 신고가 새로 쓴 삼성전자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6000원(1.36%) 오른 19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개장과 동시에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줄곧 190만원대 이상에서 거래됐다.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20%대를 넘어섰다.

기관과 외국인이 모두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수주문이 몰렸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에서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전날 50.87%에서 50.89%로 소폭 올랐다.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는 이미 지배주주의 거취와는 상관없이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회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소식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H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특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해 최순실 모녀에게 지원을 했다고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흔들림없이 잘 나올 것이고, 주가에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삼성그룹이 비자금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던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특검 논의가 시작되던 2007년 10월부터 특검이 확정됐던 2007년 11월 17일까지 삼성그룹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상장돼 있던 24개 삼성그룹주 중 22개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57만5000원에서 54만1000원으로 5.9%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낙관을 이끄는 데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만큼 상징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주가에 별 타격이 없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들은 “2007년 당시엔 삼성전자란 회사의 글로벌 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떨어졌던 것이라 상황이 좀 다르다”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 주가, 장밋빛 반도체 전망 덕분에 상승”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요인이 낙관적인 반도체 사업부문의 실적 전망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0만원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보는 증권사들이 많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앞다둬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하로 잡고 있는 곳은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세 곳 뿐이다. 가장 목표주가를 높게 잡은 곳은 SK증권과 케이프증권이다. 두 증권사는 지난 9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50만원까지 올려잡았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D 낸드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했다”며 “올해 4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네이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230만원을 제시한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3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볼 것”이라며 “3D 낸드플래시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확대가 예상되는 데다 갤럭시 S8이 출시되면 모바일(IM) 부문의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株 부랴부랴 담는 펀드매니저들

펀드수익률을 관리하려는 펀드매니저들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160만원선을 지날 때 매수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매수하길 잘했던 것 같다”며 “삼성전자는 종목 특성상 매수세가 붙을 때 주가가 확 오르는 경향이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펀드에 담지 않고서는 수익률 관리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펀드만 수익률이 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152개 공모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평균 1.54%포인트 늘었다(9월 포트폴리오 공개 기준, 석달 전 6월 포트폴리오와 비교).

이 중 편입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프랭클린자산운용의 '프랭클린그로스증권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7.63%다. 지난 3개월 수익률이 3.9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지분 확대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신한BNPP베스트장기주택마련펀드’도 삼성전자 주식을 8.62%로 늘리더니 한달간 수익률이 3.32%를 기록했다. 최근 석달 수익률은 1% 수준이었다.

H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우리는 이미 삼성전자의 비중을 늘릴만큼 늘렸지만 다른 매니저들은 지금도 삼성전자 담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진짜 주가가 200만원이 넘어가면 삼성전자 주식을 담지 않고는 펀드에서 수익률을 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