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KEB하나, '정유라 특혜' 임원에 '비밀방' 제공

강진구·박주연 기자 2017. 1.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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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명동 본점서 종각 본점 빌딩으로…은행 측 조직적 비호 의혹
ㆍ‘취재진 등쌀에 옮겨’ 해명…이씨, 자택 앞 기자 보자 ‘줄행랑’

지난 6일 KEB하나은행 종각 본점 24층 연금부 가장 안쪽(점선 원 안)에 비밀리에 새로 마련된 이상화 본부장 사무실.

KEB하나은행이 국회 7차 청문회에서 ‘최순실 독일 재산 관리 4대 조력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이상화 글로벌영업 2본부장(사진) 사무실을 최근 비밀리에 제3의 장소로 옮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본부장에게 새로 배정된 사무실은 서울 종각 본점 24층 연금부로, 경비원이 일일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 사실상 KEB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이 외부의 시선을 피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비밀 사무실’을 제공해준 셈이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본부장은 지난 6일부터 KEB하나은행 서울 명동 본점 16층에서 종각 본점이 있는 그랑서울 빌딩 24층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본부장은 2015년 말 독일법인장 시절 만 19세인 정유라씨(21)에게 38만유로(4억8000만원)를 대출해주고 대학 후배를 최씨 모녀의 독일 회사 비덱의 직원으로 소개시켜준 사실이 드러났다(경향신문 2016년 12월26일자 1면 보도). 이 본부장이 최씨의 자금거래에 깊숙이 간여한 정황이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후 KEB하나은행이 비밀 사무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KEB하나은행 홍보담당 안영근 전무는 “이 본부장이 명동 본점 외에 지주회사도 왔다 갔다 하는데 기자들이 자꾸 찾아오니까 (개인적으로)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고 은행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랑서울 빌딩 관리책임자 ㄱ씨는 “이달 초부터 여기에 이상화 본부장 방을 만들었다”며 “이전에 그 방을 쓰던 임원이 나가고 이 본부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안 전무의 해명과 달리 KEB하나은행이 특검 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앞두고 다른 임원의 방을 비우면서까지 이 본부장을 조직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EB하나은행은 이 본부장이 독일법인장을 마치고 지난해 1월 귀국한 지 두 달 만에 영업본부장 직제를 2개로 만들어 그를 이사로 승진시킨 바 있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의 독일법인장 시절 정씨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인 거래였고 임원 승진 역시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고려대 독문과(82학번)를 나온 이 본부장이 같은 과 후배(90학번) 박재희씨를 비덱 직원으로 소개시켜준 것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비밀 별실을 마련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일법인장 시절 이 본부장과 최씨 모녀의 거래를 더 이상 개인적 일로만 떠넘기기 어렵게 됐다. 경향신문은 해명을 듣기 위해 이 본부장 자택을 찾아갔으나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황급히 비상계단을 통해 도망쳤다. 이 본부장은 또 지난달 말 위 수술 후 출근을 못하고 곧 사표를 쓴다고 알려졌지만, 송년모임에도 참석하고 윗선에 결재서류를 보고하는 등 정상 업무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11일에는 하나금융지주 임원과 점심 약속도 잡혀 있었다.

안 전무는 “이 본부장에게 ‘떳떳하게 나서서 해명을 하라’고 설득 중이나 자신은 조직에 누를 끼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금융감독원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박주연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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