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비 3배로 껑충".. 어르신들 아우성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7. 1. 1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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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진료비 3.1% 올라, 정부 지원 기준 '1만5000원' 넘는 진료 늘어]
1500원 정액제인 노인 부담금, 기준 넘으면 총액의 30% 내야.. 작년과 같은 치료 받아도 더 내
진료비 혜택 받는 노인 환자 4년 새 79%→67%로 줄어.. 금액 기준은 16년째 제자리

전남 순천에 사는 이모(72) 할머니는 지난 10일 평소처럼 무릎 관절염 치료를 받으러 동네 A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난 뒤 "4600원을 내라"는 간호사 말에 깜짝 놀라 "지금까지 1500원만 냈는데 왜 갑자기 3배로 올랐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여기엔 사정이 있다. 현행 법 규정상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진료비 총액이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내면 되고, 1만5000원을 1원이라도 초과하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내야 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진찰료와 처치료, 검사비 같은 진료비가 3.1% 오른 게 문제였다. 이 할머니는 올해 들어 작년과 동일한 진료를 받았지만, 진료비 인상으로 진료비 총액이 1만5000원을 넘는 바람에 4600원을 내야 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물리치료는 보통 3종 세트(핫팩·초음파·전기 자극 치료)로 구성돼 있지만, A의원을 비롯한 순천 지역에선 진료비 부담 때문에 작년부터 2개(핫팩·전기 자극 치료)로 줄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게 해도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게 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앞으로는 1500원을 내려면 물리치료를 한 개로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A의원 박모 원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1500원을 그대로 받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헐값에 환자를 유인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오른 진료비에 당황"

올해 진료비(초·재진 진찰료+처치료·검사비)가 3.1% 인상됐지만 정부가 어르신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1년 7월부터 시행 중인 '노인 외래 진료비 정액제'의 기준액(1만5000원)은 16년째 그대로다.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김모(66)씨는 아침 출근 전인 오전 8시 30분에 경기도 일산의 동네 의원에 갔다. 평소처럼 진찰과 함께 소변검사를 받자 4600원이 나왔다. 가산료(근무시간 외)가 붙었어도 작년 말에는 1500원이면 됐다. 그런데 올해 진찰료와 검사비가 오르면서 총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했다. 김씨는 "일하러 가기 전에 치료받으러 아침 일찍 병원에 들르는데 갑자기 진료비가 3배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진료받고 약 처방전만 받는 수준이면 지금도 1500원이면 된다"면서 "그러나 주사를 맞거나 검사를 받으면 작년의 3배로 진료비가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진찰료(초진)만도 1만5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어르신 불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네 의원에서 초진을 받기만 해도 아예 정액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진료비 놓고 승강이가 많아진 전남·경북·강원 등의 동네 의원들은 이달부터 '어르신들 죄송합니다'는 제목 아래 "물리치료를 받으면 진료비가 1500원에서 4500원 넘게 나오게 됐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일제히 내걸었다. "이의가 있으면 복지부에 문의하라"는 설명도 있다.

◇정액제 혜택 비율 해마다 감소

정부는 지난 2001년 7월 '노인 진료비 정액제'를 도입했다. 어르신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올해까지 진료비는 41.5%가 오른 반면 정액제 기준액(1만5000원)은 16년째 그대로이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노인 진료 건수 가운데 진료비로 1500원을 내는 진료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1년 78.6%에서 2015년에는 67.5%로 감소해 4년 만에 11.1%포인트나 줄었다〈그래픽〉.

여야는 지난 2015년 정액제 개선을 선거 공약으로 앞다퉈 내세웠으나, 복지부가 "노인 인구가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를 제기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액제 비용은 2015년에만 1조7714억원에 달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액제 기준액을 올리거나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내게 하는 방법 등 여러 대안들을 놓고 재정 소요액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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