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리포트+] '파도 파도 끝이 없다'..'문화 정부'의 추악한 민낯

김도균 기자 입력 2017.01.11. 15:15 수정 2017.01.13. 16:15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의 규모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철저한 통제국가를 꿈꿨던 것일까요? 파고 또 파도, 또 새롭고 광범위한 블랙리스트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천만 영화'도 막는다…"변호인·광해 해외 상영 금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5공화국 시절에 변호를 맡은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 개봉 33일 만에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고,국내 흥행에 이어 해외 개봉까지 추진됐습니다.

국내 1천만 관객 돌파에 이어 외국 개봉이 추진되던 2014년 봄 당시, 외국에 있는 우리 공관에 상영 금지 영화 목록,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하달됐고 여기에 변호인도 포함됐다는 외교관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현지 외국인이나 교민에게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 때 상영하지 말아야 할 영화를 정부가 정해줬다는 겁니다.

이 외교관은 변호인 외에도 또 다른 1천만 관객 영화 '광해'와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 금지 목록에 들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료 외교관들은 상영 금지 지시를 내린 곳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광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는 평가가 많았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해외 진출을 막았던 겁니다.

반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영화 '국제시장'이 제작과정에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어 보수 성향의 영화에는 투자까지 신경 쓴 것으로 보입니다.

■ 문학 분야까지…유명 작가, 해외 진출도 제한

'검은 손'은 문학 분야에도 뻗쳤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 중에는 한국 문학의 해외진출을 돕는 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관이 '블랙리스트'에 근거해 유명 작가의 해외 진출을 거꾸로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젊은 부부가 선천성 조로증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그린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김애란 작가.

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흥행시킨 중견 베스트 셀러 작가, 김연수 작가.

북미 한국문학학회는 이 두 작가를 2015년 11월 미국 듀크대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 초청하게 해 달라고 한국문학번역원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번역원 측은 "그 두 작가를 위에서 싫어하기 때문에 초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복수의 학회 관계자가 SBS에 밝혔습니다.

번역원 측은 대신 이문열 작가를 초청할 것을 제의했지만 이번엔 학회 측이 반발해 결국 제3의 작가로 결정됐습니다.

김애란, 김연수 작가는 세월호 관련 시국 선언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또 세월호 관련 글을 모은 책 '눈먼 자들의 국가'에도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번역원 측은 당시 영어로 번역된 두 작가의 작품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문단 관계자들은 두 작가의 작품이 이미 여러 외국 언어로 번역돼 있었고 과거엔 새로 번역을 해서라도 유망 작가의 외국 진출을 도왔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려야 할 정부 기관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유명 작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외국 진출까지 막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문화 정부'의 추악한 민낯…전 분야로?

'문화 융성'을 외치던 박근혜 정부가 뒤에서는 세계적 가능성이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앞길도 막았다는 정황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들의 '입맛'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블랙리스트를 취재 중인 SBS 박수진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취재 결과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뿐만이 아니라 사실상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걸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진술을 특검이 확보했습니다.

'입맛' 따라 지원하는 정부의 이런 잔인한 모습은 과연 어디까지 드러나게 될까요? 

(취재 : 박민하, 박수진 / 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김은정)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