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잘못 가르치지 않으니 한국인 혐오"
[경향신문] ㆍ‘재일 코리안 인권백서’ 내는 민단 돗토리 본부 설행부 단장
“과거 차별이 일상의 그늘진 곳에서 이뤄졌다면 요즘은 거리와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자이니치를 대상으로 한 일본 사회의 차별과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는 <재일코리안 인권백서>의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돗토리(鳥取)본부 설행부 단장(65·사진)은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과 공격이 더 심해진 현상을 일본인에게 내재된 차별 의식이 과오를 가르치지 않는 역사교육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단은 1980년대까지 꾸준히 백서를 발간했지만 이후 중단됐다. 설 단장은 “지금까지 자이니치가 받아온 차별과 개선의 역사, 일본 전역에서 이뤄지는 차별의 실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다시 백서를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의 뒷면에서 이뤄지던 차별이 1990년대 이후 사회의 전면에 나오게 됐다”면서 “전후 일본인의 마음속에 있던 차별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 차별의 양상은 더욱 격해졌다”면서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늘고 ‘때려죽여라’ 등 인터넷 욕설이 범람하게 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설 단장은 “지난해 5월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방지법이 나오고 난 뒤 ‘때려죽여’, ‘죽여버려’ 대신 ‘나가버려’, ‘돌아가면 되잖아’ 등으로 교묘하게 바뀌었다”면서 “돌아갈 곳이 없는 자이니치에게 ‘돌아가라’는 건 ‘죽으라’는 것과 같은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헤이트스피치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부재를 들었다. 설 단장은 “일본인들이 과거에 일으킨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는지, 일본사회에서 자이니치가 왜 생겨났는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일본인들이 과오를 모른 채 살아가기 때문”이라며 “백서는 과거 역사와 차별과 헤이트스피치로 점철된 일본의 현재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단 측은 이달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해 올 하반기에 백서를 낼 계획이다. 백서는 일본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대학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서점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설 단장은 위반 시 벌칙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행 헤이트스피치 방지법의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헤이트스피치 방지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운동도 전개한다. 2월부터는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전국 6개 지방 법무국을 방문해 각 지역의 헤이트스피치 실태를 전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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