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영애' 숨은 실세 윤서현 "'10년, 오랜 직장을 다닌 느낌"
tvN은 2016년 개국 1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역대급 드라마 라인업을 선보였다. ‘응답하라 1988’로 시작해 ‘시그널’, ‘치즈인더트랩’, ‘디어 마이 프렌즈’, ‘THE K2’, ‘도깨비’까지 2016년 tvN 드라마는 때로는 동시간대 공중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넘어설 정도로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열린 ‘tvN 10주년 어워드’에서는 다소 찬밥 대접을 받긴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묵묵히 tvN을 지켜오며 tvN의 이름값을 알리는데 톡톡히 일조한 드라마도 있었다. 바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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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도 단연 주목해야 할 사람은 낙원사의 영업과장 윤서현이다. 2007년 시즌1부터 2016년 시즌15까지 총 273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분)의 가족들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의 결근도 없이 모든 시즌에 합류한 유일한 출연자가 바로 윤서현이기 때문이다. ‘막영애’에서는 언제나 조연의 위치였지만, 사실 ‘막영애’의 숨은 실세는 윤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한 작품을 10년이나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막영애’에 꾸준히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감사해요. 저도 언제나 ‘막영애’가 무조건 출연 1순위 작품이었고, 어쩌다 스케줄 문제로 겹치기 출연을 해야할 경우에도 ‘막영애’의 스케줄에 맞춰 다른 작품의 스케줄을 진행했을 정도로 남달랐어요. 오랜 직장을 다니는 느낌이랄까?”
‘막영애’에서 윤서현은 주인공 김현숙과는 남다른 인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제는 잊어버린 시청자들도 많겠지만 사실 극 중 김현숙의 대학 선배로, ‘아름다운 사람들’, ‘그린기획’, ‘낙원사’까지 계속 김현숙과 같은 직장에 다니며 어찌보면 가장 상식적인 직장인의 전형을 그려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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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낙원사 사장 조덕제의 눈치를 보고, 디자이너 라미란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삥을 뜯기는 동네북 신세지만, ‘막영애’에서 윤서현이 일약 이야기의 중심으로 부각된 적도 많았다.
특히 윤서현은 ‘막영애’의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제법 여자도 밝히는 바람둥이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큰 웃음을 선사했었다. 시즌3에서 변지원(임서연 분)과 동거를 하다 양다리를 걸쳐 헤어지고, 홧김에 김은실(김혜지 분)과 결혼했다 이혼하고 다시 변지원과 결혼하기까지 이로 인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윤서현이 이제는 그런 화려한 과거는 모두 잊고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이 되었으니 절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낙원사에 워낙 특이한 사람이 많다보니 제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착해 보이고 가장 평범해 보여서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윤서현’도 사실 ‘막영애’ 초반에는 정말 철없던 친구였어요. 그것이 나이가 들고 40대 중년이 되면서 자연히 철이 들게 된 것이죠. 이것도 ‘막영애’가 가진 힘이겠네요.”
같은 드라마에서 같은 캐릭터를 10년이나 연기하다보니 이제는 서로 ‘척하면 척’인 사이가 됐다. 특히 ‘아름다운 사람들’부터 ‘낙원사’까지 계속 얽히고 있는 정지순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으로 시즌1부터 시즌11까지 호흡을 맞춘 유형관하고는 눈빛만 봐도 서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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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랫동안 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윤서현’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특히나 ‘막영애’처럼 극 중 캐릭터 명이 배우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작품이라면 자칫 배우의 이미지가 극 중 캐릭터와 동일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 걱정이 많아요. 그런데 진심으로 잃은 것은 없어요. 오히려 ‘막영애’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얻었죠. 배우로서 이름도 알릴 수 있었고, 지난 10년 동안을 돌아볼 수 있는 앨범을 가지게 된 것도 제 삶에 큰 의미가 됐어요. 오히려 저는 ‘막영애’에 출연하면서 ‘막영애’와 이미지가 비슷하거나 겹칠 우려가 있는 작품은 출연하지도 않았어요. 그것이 제 나름의 ‘막영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막돼먹은 영애씨’는 지난 10월 열린 ‘tvN 10주년 어워드’에서 솔직히 팬들이 경악할 정도로 홀대를 받았다. 수많은 시상 부문 중 주인공 이영애를 연기한 김현숙만 드라마 부문 개근상을 수상하는데 그친 것이다. 최근 tvN 드라마나 예능이 공중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tvN을 밑바닥 시절부터 지켜준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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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는 지난 1월 3일자로 15번째 시즌의 이야기를 마쳤다.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분)는 비록 이승준과 연애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어느새 40대에 접어들었고, 윤서현을 비롯한 다른 출연진들도 고스란히 10살씩 나이를 먹었다.
그래도 아직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야기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TV를 봐도 웃기 힘든 지금, ‘막영애’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네 주변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윤서현 역시도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윤서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막영애’와 함께 할 것이다.
“2007년 시즌1에 출연할 때만 해도 시즌15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어요. 이번에도 그렇지만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음 시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막연히 다음 시즌도 하겠지 하며 기다리죠.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더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10년이라는 세월도 길었지만, 10년 동안 이어진 드라마가 드문만큼,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작품으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영애가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워킹맘이 되고, 그 아이가 다시 커서 학교에 가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같이 해가고 싶어요.”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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