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놓인 섬, "금방 큰 병원 갈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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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자 섬 전문가인 이재언씨와 함께 낭도를 방문했다.
여우를 닮아 낭도(狼島)라 불린 섬은 낭도의 모든 산이 수려하다 하여 '고울 여(麗), 뫼 산(山)' 자를 써서 '여산'이라고도 전해진다.
340여 주민이 살고 있는 낭도는 2016년에 전라남도 특수시책인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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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오문수 기자]
▲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벌어지는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낭도 모습. 왼쪽에 보이는 다리는 둔병도에서 낭도로 이어지는 다리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는 적금도로 이어지는 다리다 |
ⓒ 오문수 |
낭도는 화정면 소재지인 백야도에서 서북쪽으로 12㎞ 떨어져 있다. 낭도출장소로부터 동북쪽 2㎞ 지점에 고흥군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가 있고 유인도 3곳과 무인도 7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 5.6.㎢, 해안선 길이 19.5㎞인 섬에는 경찰출장소, 보건진료소가 하나씩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상산봉(280.2m)이 위치한 동쪽지역을 제외하면 구릉지다. 낭도는 청정해역인 가막만과 여자만을 끼고 있어 각종 어패류가 풍부하다.
바다건너 섬까지 오른 멧돼지들 때문에 걱정하는 섬 주민들
▲ 경운기를 태워준 정기부(74세)씨가 추수가 끝난 고구마 밭을 멧돼지들이 파헤쳤다며 멧돼지 발자국을 가리킨다. |
ⓒ 오문수 |
"여기를 보세요. 고구마 심은 자리인데 땅속에는 아직 잔챙이가 남았잖아요. 그물로 울타리를 쳐놨는데 멧돼지들이 뚫고 들어와 온통 파헤쳐 쟁기질을 해놨어요. 얼마 전에 동네 사람들이 두 마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섬에 몇 마리가 돌아다녀요. 전에는 없었는데 어떻게 섬을 건너왔는지 모르겠어요. 겁도 나고요"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면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사는 주민들
▲ 2019년에 완공을 목표로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는 건설장비와 인부들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
ⓒ 오문수 |
▲ 낭도항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기지 모습. 여수와 고흥은 바다 때문에 멀다고 느꼈지만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는 2019년이면 지근거리에 있다. |
ⓒ 오문수 |
26 가구에 주민 20여명이 사는 규포에서 16년째 목회를 한다는 명이복 목사의 차를 타고 낭도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배낭을 멘 3명의 여행자가 손을 들어 합승했다. 명이복 목사가 "요즘 한 달에 두 번씩 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바쁘다"며 말을 꺼냈다.
▲ 섬 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왼쪽)씨와 규포 교회목사이자 마을 이장인 명이복씨 모습 |
ⓒ 오문수 |
"목사가 이장을 맡고 스님이 이장을 맡기도 한 지역이 있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했지만 대충 짐작이 가는 게 있다. 그 동안 여러 섬을 돌며 불친절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이장과 어촌계장의 얘기를 몇 번 들었기 때문이다. 옆자리에 앉은 3명의 배낭족에게 "어떻게 이 한적한 섬을 찾아왔느냐?"고 묻자 한 분이 대답했다.
"연륙연도교를 건설 중인 섬들을 돌아보니 개발호재를 바라고 외지에서 땅투기 하러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1~3만원하던 땅이 지금은 열배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한테 "아직 완공은 안됐지만 다리가 연결되면서 섬이 변한 게 뭐냐?"고 묻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 규모가 큰 섬에는 1톤 규모의 '다목적소방차'가 한 대씩 지급돼 있다. 인원이 부족한 소방대원들을 대신해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와 산불진화도 한다 |
ⓒ 오문수 |
▲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적금도 방향으로 걷고 있자 자신의 경운기에 타라는 정기부씨가 고마웠다. 다리가 연결되어도 이런 순박한 인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빌었다 |
ⓒ 오문수 |
교통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힘들게 살았던 낭도 사람들은 머잖아 연륙연도교 공사가 완공되면 육지와 연결될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순박했던 인심이 사나워지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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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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