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게 한국은 없다..소녀상 빌미로 일본 국내 정치 돌파하나

이정헌 2017. 1. 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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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이웃나라 '한국'은 없다. 종지부를 찍고 넘어가야 할 위안부 '문제'만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물과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차디찬 겨울 도로에 앉아 서글픈 표정으로 일장기를 바라보는 소녀상의 시선이 오뉴월 서릿발처럼 차가울 뿐이다. 주한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만 없애면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과 인권유린의 역사는 더 이상 꺼내볼 필요도 없는 캄캄한 벽장 속 유물이 된다고 여긴다.

아베 총리는 국내 정치를 위해 소녀상 보복조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돈을 줬는데 소녀상은 치워지지 않고 있다'며 그에게 쏟아지던 보수와 우익세력의 비판 여론은 한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를 한국 책임으로 몰아가며 호응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입을 맞추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아베 총리가 전날 NHK '일요토론'에서 일본은 10억 엔(약 103억원)을 이미 출연했다. 다음은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권이 바뀌어도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는 것이 국가의 신용"이란 발언도 강조했다. '일본은 돈을 보냈으니 할 일을 다했다' '도덕적 우위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게 있다'는 아베의 오만함과 그릇된 역사인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아베는 지난해 10월 3일 중의원에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한·일) 합의 내용에 없는 것으로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에게 위안부 문제는 이미 끝났다. 한국이 2015년 12월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를 받아들인 순간 일본은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한다. 1993년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털끝 발언’을 "아베 총리의 인간성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강력한 소녀상 보복에 나선 것은 잇따른 외교 실패를 감추려는 의도도 크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뉴욕까지 날아가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베의 기대와 달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 온천여관으로 초청해 벌인 북방영토(쿠릴 4개 섬) 담판 역시 실패했다. 푸틴에게 3조원에 달하는 경제협력 약속만 하고 영토 문제를 제대로 언급조차 못했다.

교도통신이 러·일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9%포인트 하락한 54.8%로 집계됐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34.1%였다. 54.3%가 정상회담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향후 북방영토 문제의 진전에 대해선 53.8%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권력서열 2위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영토 문제에 진전이 없다. 국민 대부분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아베 총리에게 소녀상 문제는 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그는 지난 8일 야마구치현에 있는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묘소를 찾았다. 참배 후 기자들에게 "아버지의 비원(悲願)인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무엇인가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역구 신년 후원행사에선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도 우리 세대에서 해결한다는 결의를 갖고 논의하겠다. 올해 상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NHK 방송에서 "한국에 10억 엔을 이미 줬다"며 서울과 부산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큰소리를 친 직후다. 소녀상을 빌미로 국내 정치 돌파구를 찾고 위안부 문제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아베의 속셈이 엿보인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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