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아Zoom] '빈 집' 늘어난다는데.. "'내 집' 좀 다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2017. 1. 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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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연일 뉴스에서는 월세도 구하기 힘들다는 보도가 나왔고, 전세난·주거난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살 집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신혼부부들은 언감생심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빈집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서울에도 빈집이 있다니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015년 말 기준, 전국에 빈집이 106만9000가구로 사상 처음 100만 가구를 넘어섰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빈집 수는 2035년엔 148만 가구,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10%인 302만 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의 빈집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2050년엔 강원·전남 등 일부 지역에선 네 집 중 한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가정이 2010년 147만가구였지만, 2050년엔 429만가구로 늘면서 전체 가구 중 19%를 차지할 것"이라며 "노인 인구가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옮기면 그 집은 자연스럽게 공가(空家)로 전락한다"고 분석했다. ▶ 기사 더보기

전국적으로 2050년 302만 가구가 빈집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면, 경기도가 55만 호로 전국서 빈집이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A아파트는 입주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 집 중 한 곳이 비어 있다. 교통이 불편해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은퇴 계층이 원하지 않는 대형 아파트(전용 163㎡ 기준) 단지이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경기도 일부 대형 면적 아파트는 빈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가 살 집은 없는데, 빈집이 그렇게 많다고?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값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B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서울 가구소득은 5173만원으로, 2008년 1분기(4007만원)보다 1166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은 2억9500만원에서 4억6450만원으로 1억6950만원 상승했다. 소득 대비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경기지역 가구소득은 2008년 동분기(3246만원)대비 805만원 오른 4051만원이지만, 같은기간 아파트 가격은 1억9825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8875만원 상승했다.

빈집 증가는 주택 수요가 왕성한 청장년층이 감소하고, 노인 가구와 혼자 사는 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게 원인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마다 신규 주택이 수십만 가구 쏟아지는 것이 빈집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건으로 1977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11월까지 인허가된 주택은 63만6823가구. 연말까지 합치면 2년 연속 70만가구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70여만 가구로, 단기 입주 물량으로는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이후 최대치다.

특히 올해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월 평균 입주물량은 3만8899가구에 달한다. 이 기간 입주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총 12만573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2만904가구)과 서울(1만2723가구)도 1만가구 이상의 입주물량이 있어 수도권에만 16만여가구가 쏟아진다.

지방에서는 Δ경남(2만8212가구) Δ경북(2만141가구) Δ부산(1만7918가구) Δ충남(1만7799가구) Δ대구(1만2495가구) 순으로 입주물량이 많다.

입주가 특정 기간에 쏠릴 경우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입주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주물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해, '역전세난'이 우려된다. 지난 2002~2008년에도 분양물량이 급증하며 연평균 입주물량이 33만가구에 달했던 적이 있다.

이 시기에는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2~3배가량 급증했고 할인분양과 이에 따른 반발로 인해 기존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 등이 속출하기도 했다.

당시 단기간에 1만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이 발생하며 전셋값이 1년 동안 18.29%나 하락했다.

최근에도 2008년처럼 입주물량이 늘어나기 전 전세가격이 급등했다. 2006~2007년 전국 전세가격은 평균 13.31% 올랐고, 지난해와 올해는 평균 17.50% 뛰었다. 입주물량이 늘어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집주인의 보증금 상환 부담감이 과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경우다. 매매시장에도 불안감이 퍼지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빈집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형 '빈집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주택 활황기에 과잉 공급한 주택 때문에 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 문제로 번진 일본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1988년 394만가구였던 빈집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 영향으로 급증, 2013년엔 820만가구까지 증가했다. 7채 가운데 1채가 비어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빈집이 증가한 지역은 주변 부동산 가격이 장기 침체하고 상권(商圈)도 위축됐다. 이에 따라 유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이 더욱 황폐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 "주택 공급 줄이고 빈집 활용해야"

이렇게 남아도는 집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빈집 활용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조사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지난 2010년 39만5000가구에서 2012년 31만3000가구, 2014년 25만5000가구로 감소세다. 총가구 수 대비 미달가구 비율은 2010년 11.3%에서 2014년 7.1%로 줄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원룸과 고시원 같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물은 빼고 집계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실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대상 조사결과 응답자의 68.7%가 고시원 또는 원룸에서 살고 있었고, 이중 70.3%가 최저주거기준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청년과 고령층 등 주거취약계층이 이른바 쪽방이나 고시원 등 협소한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빈집 활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주택 공급의 증가는 빈집을 발생시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다. 2015년 기준 인허가 물량은 76만호로, 2016년은 70만호 이상 인허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년 뒤면 이의 80%에 해당하는 60만호가 입주 물량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빈집을 줄이기 위해 신규 분양을 줄이고 보존형 경비나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기존 주택 재활용 정책을 세워야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빈집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윤숙 LX국토정보교육원 교수실장은 "앞으로 정부가 주택 공급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기존 주택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정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보조금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일본의 시가현 히노초 지역에서는 2009년부터 빈집 소유주와 빈집에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빈집 뱅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내 빈집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면 입주 희망자들이 신청을 하는 식이다. ▶기사 더보기

일본은 18살 이하 자녀가 있는 보육 세대나 60살 이상 고령자들이 버려진 빈집에 입주할 경우, 최대 4만엔(약 41만원)의 집세를 보조하는 안을 마련해 2017년 가을께부터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빈집의 집 주인이 세입자를 받기 위해 집을 수리할 경우에는 최대 100만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고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리모델링 비용을 건당 최대 50만엔(약558만원)까지 보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보조 대상은 40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젊은층이 자신이 살 집을 중고주택으로 마련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지자체별로 시도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빈집 리모델링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 이 주택을 시세 80%로 임대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수년째 버려졌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1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대학생들이 공동 거주하는 '셰어하우스'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또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올해 중 빈집 정보를 제공하는 '빈집정보센터' 홈페이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2012년부터 빈집당 1800만원 한도 내에서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대신 학생과 저소득층에게 3년간 시세의 반값으로 빈집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도 '햇살둥지사업'을 통해 빈집 개·보수 후 유학생이나 저소득층에게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임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적 기업들은 빈집을 리모델링해 셰어하우스, 도시민박촌, 카페 등으로 활용하기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도 도심 내 빈집 정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작년 1월 공포된 건축법 개정안에 따르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 사용하지 않은 빈집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를 명령하거나 직접 철거를 가능하게 하는 특례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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