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세월호 9명의 미수습자 가족

이가현 기자 2017. 1. 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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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0일이 됐지만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유가족도 되지 못한 채 1000일 전 그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세월호 1000일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 300명, 각 시·도교육감, 종교인 등 500명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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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실종자인 안산 단원고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지난 7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 등대길에 서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딸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팽목항=김영균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0일이 됐지만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유가족도 되지 못한 채 1000일 전 그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 조은화양, 남현철군, 박영민군, 고창석 교사,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 권혁규군, 이영숙씨 등 9명은 미수습 상태다. 허양과 조양, 권씨의 가족은 1000일 동안 전남 진도 팽목항을 지켜왔다. 밤이면 임시 컨테이너에서 잠을 청하고 낮이면 바다를 바라보며 1000일 전 세월호를 타고 떠난 가족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세월호 1000일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미 이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어서다. 박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년이 다 되도록 배 안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세월호를 둘러싼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이곳에서 조양의 생일을 세 번이나 치렀다. 이씨는 아직 팽목항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은화가 추운 바다에 남아 있는데 엄마가 어떻게 자리를 떠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인양을 했는데도 내 딸이 저 배 안에 없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 300명, 각 시·도교육감, 종교인 등 500명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편지에는 ‘엄동설한에 떨고 있을 제 딸을 제발 찾아 달라. 함께 사람부터 찾자고 외쳐 달라’고 썼다.

세월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가족뿐만이 아니다. 참사 이후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피케팅을 하는 시민들도 있다. 지난 2015년 4월부터 거의 매일 홍대 앞에서 ‘세월호 속에 아직 가족이 있습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드는 홍모(52·여)씨는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나온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김용선(59)씨도 “참사 초기부터 진도에 내려가 도왔다”며 “바닷속에 있을 9명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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