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덜 받는 임금 100만원 중 60만원, '단지 여자라서'

이정연 2017. 1.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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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 본 성별격차지수·성별임금격차·국가성평등지수
[한겨레]
위미노믹스(Womenomics). 여성(Wome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뜻한다. 국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여성성’을 강조하거나 없앰으로써 성공한 여성 리더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다뤄지곤 했다. 여성 경제인와 기업인들이 직책 앞에 ‘여성’을 함께 써넣지 않고 기사에 등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여성들은 자신의 경제활동이 특별한 예가 되기보다, 남성과 차별 없이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성차별 없는 경제활동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위미노믹스의 핵심이고 본질이다. 이를 위해 ‘위미노믹스’를 연재해 여성 경제활동과 성차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분야를 다룰 예정이다.

자세히 보면 아프다, 더 아프다.

2016년 한 해 강남역 살인사건 뒤 여성혐오 반대부터 문학계·영화계 등 각 분야의 성폭력 현실 고발 릴레이가 이어졌다. 여성 각자가 성차별을 당한 경험은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여성 모두, 사회 전체의 구체적인 문제로 자리잡아 갔다.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미디어에서도 한국의 성차별 실태를 다룬 자료가 발표되면 곧장 기사를 쏟아내곤 했다.

이런 현실에 견줘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며 받는 차별은 그리 부각되지 않고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성차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최초의 여성 ○○○’, ‘모성 리더십을 내세운 ○○○’ 등의 수식을 받는 여성 기업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하다 보니 착각을 한다. 그 두껍다던 유리천장(조직 내 승진 등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에 올라가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는 말)이 얇아진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누가 그런 성차별을 하냐?’는 물음에 답은 분명하다. 한국의 정부, 기업이 성차별을 한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각종 지표와 순위 등에 돋보기를 대고 봐야 한다. ‘한국이 꼴찌이거나 낮은 순위가 많지. 우리가 항상 그렇지…’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왜 꼴찌인지, 왜 낮은 순위인지를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합당한 해결책이 나온다.

성별격차 144개국 중 116위
남성지위 1일 때 여성은 0.649
경제참여.기회 0.537로 더 심각

역시나 아픈 현실은 디테일에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지표로 보는 이슈’를 내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성별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남성의 지위를 1로 놓고 그것에 대한 여성의 지위를 평가해 1에 가까울수록 평등)의 의의를 살폈다. 이 자료를 보면, 한국의 성별격차지수는 0.649로 조사 대상 144개 나라 가운데 116위로 낮다. 그런데 이 지수의 하위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며 받는 차별은 더욱 심각한 지경임을 알 수 있다. 지수를 구성하는 네 부문 중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은 0.537로 123위를 기록했다. 또 이 부문을 구성하는 세부 측정지표 중 하나인 ‘유사업무의 남녀임금’ 격차는 0.524, 125위였다. 이 지표는 기업 최고경영자나 대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데, 그들의 대답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남성에게 1만원을 준다면, 여성에게는 5240원을 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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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겪는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임금 격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3차 일자리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 남성이 받는 월급은 321만5천원, 여성이 받는 월급은 211만9천원으로 여성의 월급은 남성의 65.9% 수준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부동의 꼴찌다. 왜 이런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걸까?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요소에 근거해 국내 남녀 임금 차이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요인은 크게 차별과 차이로 나뉜다. 차별 요인은 말 그대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임금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이 2015년 8월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덜 받는 임금을 100만원이라고 하면 그중 56만8천원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덜 받는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남성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받는 임금인데, 이는 3만8천원이다. 이 둘을 더하면 성차별에 의한 임금 격차는 60만6천원에 이른다. 나머지 차이 요인은 나이·교육·경력·산업 등의 세부 요인으로 나뉜다. 차이 요인 중에서는 ‘경력’ 영향이 23만원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연구원의 김태홍 선임연구위원이 고용노동부의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행태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는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 격차는 경력보다 ‘산업’ 영향이 큰 것으로 나온다.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에서는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이, 비정규직 일자리에서는 저임금 산업에서의 여성 인력 쏠림 현상이 성별 임금 격차의 큰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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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고, 질이 나쁜 일자리로 밀려나는 동안 한국의 기업과 정부의 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은 대부분 남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2015년 국가 성평등지수(100이 완전 성평등 상태)를 내놓았다. 전년 68.9에 견줘 소폭 올라 70.1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리천장은 아직 너무 두껍다. 국가 성평등지수를 구성하는 8개 부문 중 가장 낮은 지수를 보인 부문은 ‘의사결정’ 부문(25.4)이다. 이 부문은 여성 국회의원 수,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민간기업의 관리직 여성 비율, 정부위원회의 위촉직 위원의 성비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보건 분야가 95.4, 교육이나 직업훈련 분야가 93.4인 것에 견주면 의사결정 부문은 낙제점이라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의사결정 분야, 남성들로 채워져
국회의원.고위공무원.기업관리직
성평등지수 100점 만점에 25.4

수십년 전과 비교해 나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멀었다. 문제는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각종 자료나 수치로만 접하는 이들이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얼마나 전력투구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뒤편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든 행정자치부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가임기 여성의 분포를 보여주는 데 고위 공무원들의 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명백한 낭비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성정책 연구자는 푸념하듯 이야기한다. “정부 차원에서 성 격차 현실을 보여주는 국가 통계나 지수 등을 제대로 만들어 보이는 게 더 필요한데, 그런 곳(가임기 여성 지도 작성)에 돈을 쓰다니요. 그래서 정부나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남성 의사결정권자들만 모여서 만드는 정책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관련기사: “일 여성 경제참여 비중, 미국보다 높아져”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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