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④ 손학규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 아냐..체제를 바꿔야"

정제혁·조미덥 기자 입력 2017. 1. 8. 15:56 수정 2017. 1. 8. 16: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70)은 8일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 속에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박근혜에게만 있는 일인가. 실세, 문고리 없는 역대 정권이 있었나. 친·인척이나 실세들 다 구속되고 그랬다”며 “광장 민심은 대통령제 특권을 폐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서울 마포구 개인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시민혁명의 시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체제 변화는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개헌론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안철수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는 있지만, ‘안철수 현상’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본다”면서 “그 현상을 제대로 세워서 새 정치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또 “국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치를 갖고 연대가 됐든 통합이 됐든, 부분적 연대와 통합을 거치든, 단일화를 하든 이런 과정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패권세력에 대응하는 세로운 개혁세력의 단일화 또는 연대라고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개헌 안되는 건 지금 체제로 가자는 세력이 민주당에 패권적으로 존재하기 때문”

-대선주자 인터뷰다. 어떤 대선이 돼야 하나.

“이번 대선은 개헌 과정과 깊이 관련된다. 나는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전에 개헌이 이뤄지면 개헌에 따라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대선 전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까지의 개헌 논의를 바탕으로 해서 다음 정권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약속이 이뤄져야 하고, 그 약속에 따라 이뤄지는 개헌이 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국가운영 시스템의 변화와 직접 관련돼야 한다. ‘이게 나라냐’는 게 이번 광장민심을 대표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기반을 둔 비선실세 권력농단은 없어져야 한다.”

-반드시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가 있고, 헌재에서 언제 인용되느냐에 따라 대선 날짜가 결정된다. 앞으로 4~5개월 정도 남았다고 보는데, 시간적으로 개헌은 충분히 가능하다. 국회의장 헌법개정 자문위원회가 만든 게 잔뜩 있고, 민간 차원의 헌법개정안도 나와 있다. 의지와 결단,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그때까지 헌법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대선 전에 다음 대통령이 개헌을 해야 한다는 고리를 만들어놔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하겠다’고 하는 정도로는 구속력이 약하다.”

-구속력 있는 방안은 뭔가. .

“내가 지금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논의 과정에서 나타날 거다. 국회 개헌특위나 일반 여론, 학계에서도 그런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헌 방향은.

“책임총리에 의한 독일식 의원내각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한 국회 구성이다. 우리에게 다당제는 이미 현실이 돼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여소야대가 될 거다. 대통령 혼자는 아무 것도 못한다. 그래서 다당제·합의제 연립정부를 생각하고 있다. 다만 헌법 내용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광장의 민심이 헌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동인이 될 거다.”

-더불어민주당 주류의 대선 후 개헌론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금은 시민혁명의 시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라는 거다. 문제는 지금 체제로 가자는 세력이 특히 민주당 내에 패권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헌이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풀리면 개헌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 말이 또 바뀌었다. 지난 4일만 해도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음날엔 대통령제를 대개혁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대통령제를 여하튼 끌고가겠다는 거다. 그 전에는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냐’고 했다가 개헌 논의가 휩쓰니까 ‘나도 개헌론자였다’고 했다. 이건 문제의 본질을 흔드는 거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서울 마포 사무실에 ‘평화의 소녀상’과 낡은 가방이 놓여 있다. /강윤중 기자

■“대선 전 개헌 반대는 지금 체제 유지하자는 것”

-대선 전 개헌 반대는 결국 지금 체제를 유지하자는 거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대선 전 개헌은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광장 민심이 대통령제 개혁에 있다고 보나.

“광장 민심은 대통령제 특권을 폐기하자는 거다.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 속에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박근혜에게만 있는 일인가. 실세, 문고리 없는 역대 정권이 있었나. 친·인척이나 실세들 다 구속되고 그랬다.”

-시민들은 내각제 개헌에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내가 4년 전 독일 가서 한 8개월 지냈다. ‘독일의 번영, 독일의 통일, 그건 어디서 나왔나’ 그런 마음의 숙제를 안고 갔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다. 서독은 1949년 이후 8번밖에 총리가 바뀌지 않았다. 그 총리가 전부 연립정권 총리다. 기민당은 자유당 정책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민당 통일정책이 기민당 통일정책으로 이어져서 콜 총리 때 통일을 이뤘다. 독일은 2022년 원자력발전소를 전부 폐기하기로 했는데, 이건 녹색당 정책이었다. 녹색당이 사민당과 연정하고, 사민당이 기민당과 대연정하고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연정이 된 결과다. 독일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유럽통합을 주도한 근저에는 안정적 정치와 정책의 연속성이 있구나, 우리라고 왜 못하나, 이런 생각이다.”

-헌법에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할 복안도 있나.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통령제를 계속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헌법에 보장한다든지,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권을 보장하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대선에서 개헌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적임자가 손학규라는 건가.

“나는 강진에서 내려오면서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는지를 봐달라’고 했다. 난 이 나라가 잘못하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나라의 틀을 바꿔야 한다, 새판을 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적도 버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빈등에 국민이 짐을 얹어주면, 내가 꼭 지고 가야 할 짐이면 지고 가겠다고 했다. 시대적 과제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실업의 양산, 청년들의 좌절, 이것을 지고 나가려면 지도자의 의지가 필요다. 내가 경기도지사할 때 4년간 새 일자리 74만개를 만들었다. 당시 한국 전체 신규 일자리 100만개 중 74%를 경기도가 만든 거다. 내 사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어 붙였다. 의왕과천 고속도로 입구에는 일자리 전자현황판을 설치했다. 투자를 유치할 때는 몇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는지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며 항상 일자리 문제를 물어봤다. 사회 지도자가 어떤 데에 관심을 갖느냐 따라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달라진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강윤중 기자

■“민주당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건 불가능”

-당적 없이 대선까지 갈 생각인가.

“지금의 민주당은 내가 두 번 대표를 하면서 만들고 운영했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 패권주의 틀 안에 갇혀 있다. 거기에서 새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새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당 형태가 될 지 국민운동 연합체가 될 지는 앞으로 봐야될 일이다. ‘대선시계가 빨리 돌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2월 내지 3월에 정치적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말한 거다.”

-새로운 정치세력은 누구를 말하나.

“그것이 1월22일 발족하고자 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다. 요새 언론에서 (민주당 탈당할해 합류할 의원이) 10명이다 뭐다 얘기가 나오지만 난 누구한테도 탈당을 권유한 적이 없다. 민주당, 국민의당, 시민사회 하는 사람, 민주시민, 학계, 이런 사람들이 총집결하게 문호를 개방하게 될 것이다.”.

-패권주의를 말했지만 정치라는 게 패권경쟁 아닌가.

“1등 하는 사람이 다 패권은 아니었다. 내가 당대표 할 때 ‘손학규 패권세력’이라고 했나. 안그랬다. 단순히 1등 하는 사람을 패권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고, 위압적인 권력의 행사가 핵심이다. 패권의 대표적인 경우가 민주당 개헌보고서다. 한 연구원이 만들었다고? 어떤 보고서도 실무자가 만들지.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만드나. 다 윗사람 보고 만드는 거지. 보고서 만든 과정과 배포과정을 보라. 특히 중요한 건 보고서 내용이다. 개헌 여론이 크니까 개헌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개헌하는척하자는 거다. 패권의 전형을 보는 거다. 뭐라고 하는 사람에게 와 몰려들어서 휴대폰에 몇천건씩 문자보내고. 그런 것이 민주당과 국회를 억누르고 있는 거다. 죄송한 말이지만 광장을 주도하는 세력과 언론에도 위압적인 분위기가 가해진다.”

-그런 행태가 예전에도 없던 건 아니다.

“물론이다. 기득권 패권세력을 이제는 떨어내자는 거다. 지금 패권세력이 그대로 아무 탈없이 집권하는 건 아닐거란 거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8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패권세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개혁세력의 단일화 또는 연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새로운 세력인가.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다. 하지만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건지 밝힌 바가 없다. 그 방향이 밝혀진 뒤에야 새 정치세력의 중심으로 설 수 있을지, 동반자로 설 수 있을지 평가될 거다. 이를테면 친박세력에 업혀서 뭘 하겠다고 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입장과 노선을 보고 반 전 총장에 대한 우리 입장이 결정될 거라고 본다.”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안철수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는 있지만, ‘안철수 현상’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본다. 광장의 민심이 안철수를 떠나있을지 모르지만, 구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체제를 갈구하는 마음이 ‘안철수 현상’이고 ‘안철수 현상’이 제기한 새로운 정치다. 자연인 안철수가 어떠하든 간에 ‘안철수 현상’은 살아있다. 그 현상을 제대로 새워서 새 정치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대선 과정에서 연대,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통합 얘기를 했는데, 이건 지나간 얘기라고 본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권통합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난 거짓말이라고 본다.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새누리당이 누구를 내세워 어떻게 정권교체를 하겠나. 반기문? 어림없다. 정권교체는 됐는데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가 문제다. 문재인 세력, 친문세력이 과연 지금의 제1강자 위치를 대선까지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냐. 시대정신은 반패권, 반특권이다. 국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치를 갖고, 연대를 했든 통합이 됐든, 부분적 연대와 통합을 거치든, 단일화를 하든 이런 과정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겠나. 패권세력에 대응하는 세로운 개혁세력의 단일화 또는 연대라고 해야겠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이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통합하는 정치의 리더십에 있다.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하지만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잘 끌어올릴 리더십, 그것이 통합의 리더십의 본질이고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내가 어떤 역할이든 할 것이고, 내 빈등에 어떤 짐을 올려놓더라도 그 짐을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젊은 사람이 튀려고 하는 건데 뭐 얘기할 거 있겠나.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다. 경륜은 그저 오래 살았다고 쌓이는 게 아니다. 지혜가 있어야 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실제 산 지혜가 돼야 한다. 우리에게는 개혁이 필요한데, 그 개혁은 국민들을 안심하고 끌고갈 수 있는 안정적인 개혁이 돼야 한다.”

-지지율이 낮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지금 우리 정치시계는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견한 언론이나 여론조사가 얼마나 됐나. 우리 정치 변화가 앞으로 상당히 빠르게 이뤄질 거다. 빅뱅도 그런 차원에서 말하는 거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서울 마포 사무실 책상 위에 책 ‘코리아는 다시 뜬다’가 놓여 있다. /강윤중 기자

[2017 대선의 꿈]①개혁보수신당(가칭) 유승민 “이승만~박근혜 체제 끝…새로운 보수로 심판 받겠다”

[2017 대선의 꿈]②이재명 성남시장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때…거친 야전형 장수가 이끌어야”

[2017 대선의 꿈]③국민의당 안철수 “정권교체 거스를 수 없어…대선, 문재인과 나의 대결 될 것”

<정제혁·조미덥 기자 jhj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