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공모펀드의 굴욕..2016년 결산

이새누리 2017. 1.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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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테크 필수 상품으로 불렸던 주식형 공모펀드의 굴욕.

2016년 펀드 시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주식형 공모펀드는 모인 자산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다. 지난해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함께 갇혀버린 것이다. 대신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의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 한해 펀드 시장을 결산했다.


◇ 외면 받은 주식형
본지가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펀드 유형별 자금 유출입 규모와 수익률을 의뢰해보니, 1년 동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선 7조9400억원이 빠져나갔다.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주식으로는 돈을 못 벌 것이라는 투자자 인식이 첫 번째 이유다.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0.62%로 은행 예금금리에도 못 미쳤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일반 투자자가 펀드 매니저만 믿고 맡기는 '일반 주식형'이 -3.35%로 저조하다는 점이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식형은 특별한 투자 전략보다는 펀드 매니저의 전략과 판단으로 운용된다"며 "이들만 믿고 운용 보수를 내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 채권형펀드는 3조3100억원 늘어났다. 저금리로 채권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았고,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가 강해져서다. 채권형 수익률은 1.42%로, 아주 뛰어나진 않았다.

그나마도 채권형은 뒷심이 부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화두가 되며 지난해 후반부터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은 "채권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며 "채권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해외 상황도 비슷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1조1600억원 유출된 반면 해외 채권형펀드론 9800억원 유입됐다. 수익률은 주식형이 -2.33%, 채권형이 5.69%로 국내보다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 공모 역전한 사모
지난해는 '사모펀드의 해'라고 불릴 만했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억 단위의 거액을 가진 소수 투자자만 참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펀드 순자산은 212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6000억원 쪼그라들었다. 반면 사모펀드는 250조2000억원으로 50조4000억원 불어났다.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를 추월한 것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돈은 이익을 좇는 법.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운용 규제가 느슨해 다양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당연히 고수익을 낼 가능성도 크다. 저성장 시대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새로운 시장에다 뭉칫돈을 푼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기 위해 2015년 10월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장벽을 사실상 없앤 것이 결정적이었다. 과거엔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야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 자기자본 20억원, 전문 인력 3명만 있으면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다채로워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금 쏠림 현상으로 공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데 대해선 우려도 크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공모펀드 장기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침체한 공모펀드를 살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며 "사모펀드에 투자하게끔 설계된 공모펀드(사모재간접펀드) 같이 둘을 연계한 상품 등도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러브'·부동산·인덱스 웃었다
모두 나빴던 것은 아니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선 브라질과 러시아가 날개를 달았다. 두 국가 주식에 투자한 펀드 평균 수익률은 56%(브라질), 48%(러시아)로 다른 곳을 압도했다. 개별 상품으로 69% 수익률을 낸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1(주식)종류A'를 비롯해 상위권 10개 중 9개가 해당된다. 브라질은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헤알화 가치가 올랐고, 러시아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이 반등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최근 2~3년 손실이 컸던 터라 누적 수익률은 투자자별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 부동산이 인기를 끈 점도 특이했다. 미국 텍사스 소재 사무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9-2'는 지난해 9월 모집 기간(9일) 동안 2900억원이 몰렸다. 갈 곳 잃은 돈이 부동산에 쏠린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코스피 200개 종목을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펀드가 9.7%의 수익률로 선전했다. 증시에서 삼성전자 독주가 펀드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대로 중소형 주식형펀드는 -12%로 최하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중소형주 펀드의 연간 성과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처럼 국내 주식형펀드별로 성과가 극명하게 차이 났던 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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