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월X' 자로 "무비판적 현실에 하나의 돌을 던진 것"

권혜정 기자 입력 2017.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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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⑤] "다큐에 담긴 내용 1%도 안돼"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 전한 것..떴떳하고 싶어"
(세월X 캡처) © News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9일은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총 304명의 목숨을 삼킨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는 날이다.

정부의 세월호 침몰 원인 발표에도 반신반의하던 국민들 사이에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아스라이 사라질 즈음 네티즌 수사대 자로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분석한 다큐멘터리 '세월X'를 공개했다.

자로는 2012년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 포털사이트 아이디를 찾아내 대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에 이용됐음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정성근 전 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자 낙마의 결정타가 된 정치편향 글들을 찾아내기도 한 인물이다.

자로는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지난 2년여간 세월호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을 분석, 세월호 침몰 원인을 '외력'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세월X'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자로는 이가운데 잠수함과의 충돌이 유력하다는 하나의 가능성 역시 제시했다.

8시간49분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다큐는 공개와 함께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8일 기준 조회수 500만건을 훌쩍 넘겼다. 관심의 양에 비례하듯 세월X를 둘러싼 논쟁 역시 벌어지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자로의 목소리를 뉴스1이 직접 들어봤다.

◇자로 "기다리고 있다…정답 아닌 질문 던진 것"

자로는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X는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 500만건을 넘는 등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8시간49분이라는 방대한 양 때문에 이를 끝까지 본 사람은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다큐를 일부분, 요약본으로 본 사람과 전체를 본 사람의 반응이 다르다"며 "전체를 보지 않은 이들 중 일부는 선입견을 갖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공격을 하기도 하지만 전체를 본 이들은 내가 왜 이 다큐를 만들었는지, 진심을 읽는다"고 전했다.

자로는 다큐를 보다 많은 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다큐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잠수함 충돌에만 꽂혀 있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다큐를 통해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가능성을 마치 다큐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월X의 반향이 생각보다 상당함에 따라 다큐를 둘러싼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자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건전한 문화"라며 "나는 질문을 던진 것이고 답을 찾기 위해서는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에 '그런가보다'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반론이나 주장은 지나치게 음모론적이었다"고 전했다. 자로는 "나는 이처럼 무비판적인 형 상황에 정면으로 돌을 던진 것"이라며 "다큐를 통해 세월호 침몰 원인이 다시 이슈화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세월X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영논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무조건 세월X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세월X가 주장하는 내용이 100%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자로는 다큐를 접한 이들이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더라도 '외력'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이들 공감한다고 했다. "한순간에 어떠한 물체가 레이더상에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과연 이 물체가 상식적으로 무엇일까라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자로는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는 한명의 네티즌이 밝혀낸 것이 '세월X'"라며 "과연 그동안 정부는 진상규명을 밝히기 위해 제대로 해왔는지, 전문가와 과학자 집단들은 정부의 기존 발표에 대해 얼마나 합리적인 의문을 제시했고 철저하게 검증했는지, 주변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모론에 올바른 비판을 가해야 하는 것에서 과연 자유로웠는가,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정답을 던진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로는 세월X에 대한 군의 반박에 대해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성의를 보여준다면, 이를 통해 잠수함 충돌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증명된다면 인정을 못하겠느냐”라며 “지금까지 군이 보여준 행태는 모든 것을 감추는 듯한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자로는 "다큐의 내용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며 "이 다큐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하늘에 별이 된 아이들만을 생각하고, 본 그대로를 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팽목항. (자료사진) 2014.4.25/뉴스1

◇자로 "다큐에 담긴 내용은 1%도 안된다"

8시간이 넘는 다큐 '세월X'. 그러나 자로는 다큐에 담긴 이야기는 세월X를 만들기 위해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의 1%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다큐는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김 교수의 연구 결과 100분의 1도 넣지 못했다"며 "나는 김 교수의 스피커에 불과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다큐작업을 함께 진행한 김 교수는 세월호가 외력에 의해 침몰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분석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교수는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세월호 침몰, 외력과의 충돌에 대한 물리적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며 "김 교수는 공학, 과학 등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세월호 침몰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한 전문가"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로는 "다큐가 전부가 아니다"라며 "다큐는 일반인이 보기 쉽게 최대한 풀어 쓴 것으로 정말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는 것은 일부러 제외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외력에 의한 세월호의 침몰 가능성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영문 정식 논문을 만들고 있다. 이를 정식으로 해외에 논문으로 제출하고 세계적인 석학 등에게 객관적인 검토와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다큐를 알리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다큐를 본 시민들은 '세월X를 외국에도 알려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세월X에 영어 자막을 덧입히는 일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번주쯤 영어자막이 붙은 세월X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로는 전했다.

◇8시간49분, 2년여에 가까운 시간

자로는 8시간49분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세월X를 2년여에 걸쳐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만들었다. 펀딩을 받아 한 것도 아니었고, 영상 작업을 누구에 맡겨 진행하지도 않았다.

그는 "혼자 시나리오 대본을 쓰고, 연구하고 자문을 받으며, 영상 편집 역시 독학으로 배워 8시간49분짜리 다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다큐가 공개되기 전 세월X를 접한 영상 전문가들은 자로의 작업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2년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모두 다큐에 쏟아 부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세월X 2, 3이 나올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었다"며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다큐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밤을 꼬박 새우는 것 역시 일상다반사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거쳐 다큐가 나오고, 이후 몸이 많이 상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지금까지는 다큐에 대한 반응을 지켜볼 필요도 있기 때문에 후속 작업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로는 그러면서 "어저면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애초에 후원 없이 시작해 돈을 보고 한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 뛰어들고자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자로는 세월X가 공개된 이후에도 '꽁꽁 숨어 다닌다'고 했다.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다큐와 관련한 전화가 오기라도 하면 아직도 아무도 없는 밖으로 뛰어 나가곤 한다며 웃었다.

자로는 다큐를 위해 보냈던 지난 2년여간의 힘든 세월 동안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 떳떳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로는 '다큐가 공개되는 순간 온갖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며 "위험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이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빠의 양심이었다"고 나즈막히 말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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