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학생 "3년이 지나도 전혀 무뎌지지 않아"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7. 1. 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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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카톡에 메시지 보내고, 전화 걸고, 페이스북에 글들 잔뜩 올라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월호참사 발생 999일 내일(9일)이면 꼭 1000일이 된다. 그동안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얘기는 보도가 됐지만 생존 학생들의 얘기는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졌다. 어린 학생들이 겪을 트라우마 때문에 가급적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참사 1000일을 앞두고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입을 열었다. 7일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집회에 세월호 생존학생 9명이 참석해 울먹이면서 자신들의 그동안의 심경을 밝힌 것이다.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아직도 그 참사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밝혔다.

생존 학생들의 심정은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걸 알면서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도 해봅니다"는 대목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탈출하지 못해서,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나만 살아남아 미안한 마음에서 먼저 먼길을 떠난 친구들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카카오톡에 메시지도 보내고, 페이스북에 그리워 하는 글을 올려보지만 친구들은 아무런 답변도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에 들기도 합니다"는 표현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하면 밤을 지새워야 했고 또 원망스럽기까지 했을까? "때로는 꿈에 나와 주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물 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희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친구들을 두고 자신만 살아남아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구조가 아니라 탈출했다는 게 어린 학생들을 옥죄지 않았을까?

"특히 저희가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착한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자신들만 살아나와서 미안하고 친구들을 구하고 싶어서 구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외면한 해경, 그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저희들은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숨어있기만 했다"고 고백하면서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한다"고 밝혔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다짐을 했다.

3년 가까운 세월, 참사를 당한 고2에서 고3,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도 1년이 지나 제자리를 찾은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울먹이면서 끝 맺었다.

생존학생들은 저기들만 살아남아 미안해 하고 죄스러워했지만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살아줘서 고맙다"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오히려 "어른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세월호를 인양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생존학생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입니다.

저희가 여기 이곳에 서서, 시민 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간 저희에게 용기를 주시고, 챙겨주시고, 생각해주셨던 많은 시민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또 나라에서 워낙 감추고 숨기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희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착한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왔다기에, 해경이 왔다기에 역시 별 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아마도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지만 저희는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가족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죄지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유가족 분들을 뵙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며, 힘을 내야 한다며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고 걱정하고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는 더 죄송했고, 지금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찌 저희가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안부도 여쭙고 싶고 찾아뵙고도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시나 저를 보면 친구가 생각나 더 속상하실까봐 그러지 못하는 것도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렇게나 친구들이 보고 싶고 힘든데 부모님들은 오죽하실까요.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 북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 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걸 알면서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도 해봅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에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꿈에 나와 주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물 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이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 받고 제대로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 받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럼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을까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속지 않을 텐데, 국민 모두가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사실 그동안 저희들은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숨어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뜻을 함께 해주시는 많은 시민 분들, 우리 가족들, 유가족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먼저 간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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