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학생 "이제 용기 낼께요"..세월호 참사 기리는 촛불들

고준혁 2017. 1. 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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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촛불집회, 세월호 1000일 앞두고 추모
생존학생들 "유가족에게 죄송..책임자 죄값 치르게 하겠다"
희생학생들 사진 들고 청와대 행진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올해 첫 주말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유현욱 기자] 정유년(丁酉年) 들어 첫 주말이자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저녁도 서울 도심은 촛불로 물들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계속 외치면서 현 정부 최대의 비극인 세월호 참사를 기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5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11번째 촛불집회다.

주최 측은 이날 세월호 진상규명과 신속한 선체인양 촉구, 참사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등을 주제로 집회를 진행했다.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이 야기한 탄핵정국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을 두고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선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9명이 시민들 앞에 섰다. 생존 학생들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참사 이후 처음이다.

장애진(20·여·당시 2학년 1반)씨는 이들을 대표해 “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말을 시작했다.

장씨는 “우리가 잘못한 건 우리만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인데 유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죄지은 것 같다”며 “그러나 (유가족들이)‘힘을 내야 한다’며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도 죄송하고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 (대통령이)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 받고 지시해 ‘가만히 있어라’가 아닌 ‘당장 나와라’라고 했다면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장씨는 그러면서 “용기가 없어서 그동안 숨어 있었다. 이제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한다”며 “(친구들에게)‘책임자들이 죄값을 치를 수 있게 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장씨의 눈에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54)씨는 “팽목항에서 올라왔다”고 입을 뗀 뒤 “오는 3월쯤 세월호 선체 인양을 시작하는데 국민의 힘과 함성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허양을 포함해 실종자 9명이 발견되지 못한 상태다. 허씨는 “9명이 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 마지막 한 명까지 돌아가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며 팽목항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박근혜 퇴진’·‘황교안 권한대행도 퇴진’·‘헌재 탄핵인용’·‘재벌도 공범이다’ 등 기존 구호 외에 “우리가 (진상을)밝혀내자” 등 함성이 새로 등장했다.

이에 앞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국조위)는 오후 5시 출범식을 열었다. 김중배·노세근·황진·박성영·이성민 국조위 공동위원장은 창립선언문에서 “정부가 조사권한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

세월호국조위는 명칭대로 세월호 진상규명에 열의가 있는 국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박영대 세월호국조위 상임연구원은 “참사 진상규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자 사명”이라며 “국조위는 자원활동가 또는 시민연구원을 모집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가수 이상은씨의 공연 이후 오후 7시 36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밝히라는 의미로 촛불소등 퍼포먼스를 벌였다. 촛불을 다시 켜고선 1000개의 노란 풍선을 띄웠다.

시민들은 이어 청와대와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등으로 나누어 행진했다. 유가족들은 행렬 선두에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1학년 때 찍은 단체사진을 들고 거리를 걸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올해 첫 주말 촛불집회에서 4.16합창단과 시민들로 구성된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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