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폭행·욕설·성추행까지.. 하늘이 '지옥' 된 여자 승무원들

강훈 기자 입력 2017. 1.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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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불법행위 급증
지난달 대한항공機서 여자 승무원 폭행사건
중국 여객기 안에선 승객이 컵라면 던져
"이참에 처벌 강화해야"
국회서 법안 잇따라 발의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KE480) 여객기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된 임범준(35)씨는 자신을 제지하던 승무원들에게 침을 뱉고 발로 걷어찼다. 9일 뒤 인천공항에선 싱가포르로 가던 대한항공 기내 일등석에서 30대 러시아 승객이 만취해 여자 승무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 탑승 거부 조치를 당했다. 항공사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승무원은 여전히 선망의 직업이지만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수난을 겪는 승무원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7월 태국 방콕에서 귀국하던 한 40대 남성은 여자 승무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새벽 시간 항공기가 이륙 후 정상 궤도에 오르자 여자 승무원을 수시로 호출했다. 그리고 좌석 위 선반에 놓여 있는 가방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일을 반복해서 시켰다. 기내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이 남성은 자신이 주문한 일에 열중하는 20대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한다.

재작년 50대 일본인 남성은 나리타공항에서 호주 골든코스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자신의 노트북으로 음란물을 켜놓고 자위행위를 하다 적발됐고, 가수 바비킴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기내에서 술에 취해 여자 승무원의 허리를 껴안고 '어느 호텔 묵느냐'고 묻는 등 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우리나라 국적기 승무원 성추행 사건은 2013년까지만 해도 한 해 3~4건에 그쳤지만 재작년부터 1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항공사나 승무원이 참고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벌어지는 성희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 한 승무원은 "비행기 몇 년 타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추행과 비슷한 불쾌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겠냐"면서 "하지만 심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작년 한 미국인은 뉴욕을 출발해 인천으로 오던 기내에서 만취한 상태로 여자 승무원 3명을 껴안고 더듬었다. 이 승객은 추행을 막으려는 남자 보안 승무원들도 폭행했다고 한다.

승객들에게 폭행당하는 여승무원도 적지 않다.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 김모(28)씨는 "맥주가 떨어져 주지 못한 승객이 있었는데, 그 승객이 기내 뒤쪽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자 내 뺨을 세게 꼬집었다"면서 "아프고 창피해 혼자 눈물 흘렸던 적이 있다"고 했다.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승무원의 경우 고용이 불안정해 승객과의 마찰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국적기 승무원 중에서도 비즈니스석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승객을 제지하다 머리채를 잡히는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폭행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운 물이 담긴 컵라면을 뒤집어쓴 승무원도 있었다. 태국 방콕을 떠나 중국 난징으로 가는 중국 여객기 안에서 20대 남성은 자신의 좌석을 여자 친구 옆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좌석 변경이 늦어지자 남성은 소란을 피웠고, 이 남성의 여자 친구 역시 화를 내며 컵라면을 승무원 얼굴에 던졌다고 한다. 여객기는 태국으로 다시 회항했고, 난동 커플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경찰에 체포됐다.

국내 7개 항공사가 파악한 기내 불법행위는 최근 4년 사이 급증했다. 2012년 191건, 2013년 203건이었다가 2014년 354건으로 늘어났고 재작년엔 460건이 적발됐다. 불과 3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내 흡연이 381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언 등 소란 행위(42건),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15건), 음주 후 위해 행위(9건), 폭행 및 협박(6건)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기내 불법행위에 대해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이 가볍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이참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선 서청원·박대출 새누리당 의원과 민병두·남인순·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내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새 법안들은 단순 소란 행위도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한편 팝스타 리처드 막스로부터 기내 난동에 대한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대한항공 측은 기내 난동 손님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탑승을 거부하기로 했고, 난동을 피웠던 임씨와 러시아 승객을 나란히 블랙리스트 1·2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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