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日 소녀상 도발.. 협공 받는 한국외교

조성은 기자 입력 2017. 1.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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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강수에 첫단추 잘못 꿴 정부 '진퇴양난'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 정부의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조치와 관련해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아사히TV 취재진이 6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촬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등의 조치를 취했다. 뉴시스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부산동부경찰서는 현수막 훼손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한국 외교가 연초부터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던 중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싸고 일본과도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의 외교·안보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됐다.

갈등의 불씨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부터 잠재해 있었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일본과 합의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높았던 데다 소녀상은 국민정서를 직접 자극하는 문제여서 이 조항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도 소녀상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핵심 지지층이 우익 세력인 이상, 소녀상 이전을 빼놓고 위안부 합의를 맺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6일 “소녀상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 조항을 해석하는 ‘꼼수’를 썼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자국민에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한 사실을 강조하며 ‘소녀상을 이전토록 민간단체를 설득할 수는 있어도 정부가 강제로 소녀상을 옮기는 일은 없다’고 맞섰다.

지난해 11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등 한·일 관계가 호조를 보이면서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잡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추가로 설치되면서 한·일은 결국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외교전을 치르게 됐다.

우리 정부는 시작부터 수세에 몰렸다. 소녀상이 추가로 설치된 이상 일본이 ‘합의 위반’을 주장해도 반박할 근거가 빈약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나서기에는 여론의 반발이 너무 크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위안부 합의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으니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 리 없다”면서 “외교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다. 이미 한국은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교묘한 보복 조치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중·일 어느 쪽이든 갈등을 수습하려면 최고위급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은 소녀상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파상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대사의 일시 귀국은 주재국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항의 수단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정치 문제는 아니지만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5년 2월 중단됐다 지난해 8월 복원 논의가 시작된 것이어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뜻밖의 일격을 맞은 우리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합의가 파기되지 않도록 한·일 관계를 관리하되, 일본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만들어서도 안 되는 이중의 난제에 직면했다.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면담한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항의’가 아니라 ‘유감 표명’이란 표현을 쓴 데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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