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더 녹슬기 전에..'진실' 다시 물어야 한다

김형규 기자 2017. 1. 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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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세월호 참사 1000일
ㆍ남겨진 진상규명 과제들

기다림의 흔적 노란 리본 스티커가 붙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컨테이너 숙소 외벽이 녹슬어가고 있다. 9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며 1000일이 다 되도록 피 말리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배가 왜 침몰했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의문조차 풀리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 원인에 대해 법원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체를 인양해 정밀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경이 왜 승객 구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정확한 진상규명은 책임자 처벌과 안전한 사회 건설로 가는 첫번째 관문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조사관들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과제들을 짚어봤다.

■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무리한 선박 증·개축, 화물 과적, 부실한 고박, 평형수 부족은 복원성을 떨어뜨려 배가 뒤집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여기까진 검경 수사와 법원 판결이 일치한다. 문제는 애초 어떤 이유로 배가 기울기 시작했느냐다. 검찰은 조타 실수로 인한 급변침 때문이라 했다. 법원은 조타기 등 기계 이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누리꾼 수사대 ‘자로’는 잠수함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설을 제기했다. 현재로선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기존 정부 발표에 허점이 많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월호 화물 총량과 화물의 위치 등 기본 정보를 다시 확인해 복원성 계산부터 새로 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왜 구하지 않았나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은 9시45분 선장과 선원들을 태운 뒤부터 사실상 구조작업에 손을 놨다. 가천대 박형주 교수는 이때 대피 명령을 내려 탈출을 시작했다면 불과 6분17초 만에 승객 전원이 배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0시30분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배 안에 들어가 승객을 구조한 해경은 한 명도 없었다. 퇴선 방송도 하지 않았다. 구조 실패가 정말 해경의 무능 때문인지 혹여 구조 태만에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밝혀야 할 쟁점이다.

■ 대통령과 청와대는 뭘 했나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종일 관저에 머물렀고 오후에 머리 손질을 했다는 등 단편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7시간의 퍼즐을 맞추긴 역부족이다. 청와대 역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해 구조에 성과를 내야 할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이전 정부에선 작동하던 시스템이 왜 어떤 과정으로 사라졌는지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은폐와 조작 의혹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박근혜와 청와대는 검찰 수사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면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았다. 해경과 해수부 등 정부기관들은 관련 자료 파기 등 증거 은폐·조작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의 휴대전화에서 채증 영상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참사를 덮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 시도들은 2기 특조위가 반드시 밝혀야 할 과제다.

■ 온전한 선체 인양과 정밀조사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작업을 맡긴 중국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처음부터 선정과정과 기술력에 의혹이 많았다. 지난해 7월까지 마친다던 인양은 연기를 거듭해 올해 여름까지로 예상 시기가 늦춰졌다. 그동안 선체는 상당 부분 훼손됐고 인양방식은 또 변경됐다. 해수부는 여전히 계약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양을 총괄한 해수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인양이 완료되면 9명의 미수습자 수습과 함께 침몰 원인을 밝힐 정밀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 2기 특조위와 특별법 제정

이 모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선 진상규명 작업을 주도할 국가기구로 ‘2기 세월호 특조위’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사권이 없어 진상규명이 더뎠던 1기 특조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독립성과 조사 권한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2기 특조위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중심이 돼 준비 중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해야 빛을 볼 수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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