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가보니.. "행인조차 없는 외진 곳.. 내부도 썰렁"

글·사진=최예슬 기자 2017. 1. 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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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대통령 녹취파일 공개 후 다시 주목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이 5일 찾는 사람 없이 썰렁하다. 국고와 민간 성금 등 300억원 이상을 들여 2012년 개관한 이 도서관의 누적 관광객은 약 17만명에 불과하다.

17년 전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파일이 공개된 후 두 사람이 논의한 박정희 기념 시설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최씨와 박 대통령은 이 기념관을 두고 “링컨 메모리얼 형태로 하자” “장제스 기념관처럼 하자”고 토론하기도 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기념·도서관을 찾았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대로변이지만 행인조차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한 이 기념·도서관은 내부도 썰렁했다. 30분가량 전시관 3개를 둘러보는 동안 다른 방문객은 보지 못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쯤 중년 남성 2명이 전시실에 입장했다.

전시관 출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영원토록 기억하는 대통령’ ‘선동에 놀아나지 말자’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등 방명록 3개가 쓰여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요즘 시국이 안 좋으니까 대통령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오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정희 기념·도서관의 누적 방문객은 2012년 개관 이래 약 17만명. 하루 100명 남짓 찾는 셈이다. 국고와 민간 성금 등 300억원 이상 들어간 돈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기념관 관계자는 “겨울처럼 추울 때는 계절적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4년 동안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비판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4년째 미뤄지고 있는 도서관 개관이다. 상암동 부지는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조성한다는 조건으로 서울시가 무상으로 빌려줬다. 도서관이 들어서길 기대해온 마포구 주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한 내용만 전시되자 “누구에게 필요한 기념관인가”라고 비판했다. 요즘엔 ‘최순실이 계획한 사업’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기념·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은 올해에는 도서관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까지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을 모아 ‘박정희 도서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마포구 주민이 기다려온 공공도서관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민 박모(31)씨는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서적만 구비하면 누가 와서 읽겠느냐”고 반문했다. 홍모(41·여)씨도 “주민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도서관을 원했던 것”이라며 화를 냈다.

서울시는 “재단 측이 제출한 건립계획은 면적 264㎡ 이상, 열람 좌석 수 60석 이상, 장서 3000권 이상 등 공공 사립 도서관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어떤 서적을 취급하는지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다양한 서적을 갖춘 일반적인 도서관을 조성하기에는 충분한 공간도 없고,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예산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관심 가질 만한 일도 못 된다”고 잘라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도서관뿐 아니라 박정희 미화사업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인 데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개관 당시부터 이른바 ‘정치헌금’인 기업 성금을 받는다는 논란이 계속 있었다”며 “실제로 초기에 모금이 잘 안 됐다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거액의 성금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세청 공시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많게는 수십억원씩 기념재단에 돈을 보탰다. 올해도 기념재단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100만인 기부 캠페인을 벌인다.

글·사진=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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