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의 내 인생의 책] ④ 원전 하나 줄이기 | 이유진
[경향신문] ㆍ에너지 전환, 촛불이 힘이다
불효이다. 유년 시절 지극히 날 사랑하셨던 할머니를 제삿날에나 기억한다. 이런 식으로 살다간, 돌아가신 어머니마저 기일에야 떠올리는 나를 발견할까 두렵다. 이 참담함은 그분들의 헌신은 당연하고 본디 그런 것이라고 여겼던 무의식의 산물은 아닐까? 적어도 어머니에 대해서만큼은 내 자신이 능동적으로 당신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받기만 했다. 돌아가시기 2년 전쯤에야 나는 어머니가 하나의 인격체임을 알았다.
지금 쓰는 에너지가 어머니의 사랑과 다른 점은 후세의 삶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나의 삶을 석탄과 석유와 핵이 지탱한다. 나의 삶은 자손들에게 온실가스와 핵폐기물이다. 그 어떠한 과학기술로도 핵폐기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편하게 살기 위해 작정했고, 후손들에게 핵폐기물을 선사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어머니의 삶과 다른 나의 삶의 본질이다.
2017년 촛불은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역사적 심판에 그치지 않는다. 낡은 체제를 청산해야 한다. 그 안에는 에너지 전환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과 공장의 전기를 위해 지방과 농촌을 희생시키는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지역의 힘을 회복하는 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듬는다. 그리고 삶의 토대를 성찰한다. 촛불에 힘이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70만명의 서울시민이 참여해서 원전 한 개를 줄였다. 유엔의 상까지 받았다. 기후위기를 중국의 음모라고 했던 트럼프가 곧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2017년, 촛불은 트럼프에게 무엇이 삶인지 가르치는 교과서이다. 원전을 줄일 수 있는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백 명의 트럼프보다 더 낫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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