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만 71세 정년 보장 받아..사람 사귀며 일할 수 있어 즐거워"
[경향신문] ㆍ‘어르신행복주식회사’ 출범 1년…참가자 반응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춘자씨(62)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동작문화복지센터로 가는 출근길이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다른 노인 노동자들처럼 민간 청소용역회사 소속이었던 박씨의 일상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3월 ‘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청소일을 하고 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서 받는 ‘생활임금’은 평균 162만원(2016년 기준)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노인들보다 20만~50만원가량 많다. 생활임금과 정년을 보장받게 되면서 박씨는 앞으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서울 동작구의 어르신행복주식회사(행복회사)가 6일 출범 1년을 맞았다. 이 회사는 동작구가 전국 최초로 2억9000만원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어르신 고용 전문회사다. 현재 노인 78명이 이 회사에 소속돼 구 청사와 문화복지센터, 공중화장실 등 동작구 각지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 만 61세에서 71세까지 동작구 거주 노인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다른 청소업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일자리를 통해 노인들이 지속가능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만 71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올해 동작구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8197원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8시간 일할 경우 실수령액은 171만3173원이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와는 대조적이다.
보장된 정년과 생활임금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어르신 노동자 5명은 짧게는 8년, 길게는 12년간 민간용역회사에 소속돼 청소일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매년 용역회사가 바뀔 때마다 일자리를 잃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박경자씨(62)는 “우리 나이에 갈 수 있는 곳이 드문데 행복회사 덕분에 일자리도 보장되고, 사람들도 사귈 수 있게 됐다.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덕에 행복회사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행복회사 박은하 대표이사는 “출범 직후 2 대 1이던 공채 경쟁률이 지난해 말 실시한 3번째 채용에서 6 대 1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공공이 아닌 민간영역에서 높은 생활임금을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행복회사는 앞으로 청소 외 영역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아이 돌보미나 세차 등 어르신들이 무난하게 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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