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일의 기다림.."올핸 세월호 인양·진상규명 되길"

2017. 1. 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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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시설·추모공원 진척 없어..9일 안산서 추모음악회
작년 말 국정농단 사태 후 합동분향소 조문객 수 다시 늘어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세월호 참사 1천일을 엿새 앞둔 3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는 '그 어떤 것도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습니다'란 현수막이 나부꼈다.

분향소 안에는 300여 명의 희생자 영정과 이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다른 한쪽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배 안 모습 사진들이 전시돼 조문객을 맞았다.

최근 4·16가족협의회가 김근태 재단과 민주평화국민연대로부터 받은 '제1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수상결정문 액자도 제단 한쪽에 놓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일로 1천일을 맞는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이 모든 시설과 전시물들에도 불구하고 1천일이 다 되어가도록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미수습자 9명과 세월호는 여전히 진도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다.

오는 3∼4월을 목표로 선체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상 여건이 변수라 장담할 수 없다.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첫걸음으로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 지역인 안산에 추진된 4·16 안전교육시설과 추모공원은 입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채 행정절차만 맴돌고 있다.

◇ 안산서 추모음악회…합동분향소 조문객 다시 늘어

세월호 가족들은 새해 첫날 인양작업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동거차도 앞바다를 찾아 차례상을 차렸다. 올해 소망으로 '세월호 인양과 진실 규명'을 기원했다.

참사 1천일이 되는 날 안산에서는 추모음악회 외에 가족이 주관한 다른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9일 오후 7시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1천300여 석)에서 4·16가족협의회, 4·16약속국민연대, 4·16안산시민연대, 안산시, 서울시가 마련한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신경림 시인이 추모 시를 낭독하고 가수 정태춘, 전인권밴드, 권진원, 옥상달빛, 노래패 우리나라, 유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 등이 공연한다.

이에 앞서 가족들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1천일을 주제로 열리는 11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시민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토요일마다 촛불집회에 참석해 온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양의 어머니 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은 이번 주 토요일에도 광화문광장을 다녀올 생각이다.

이 소장은 새해소망 질문에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돼 심리 중이니 이제 세월호가 인양돼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일 질 일만 남았다"며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안산 분향소,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기억교실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다시 늘고 있다.

새해 들어 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첫날 1천371명을 비롯해 3일까지 1천700여 명에 달했다. 사고 이후 현재까지 누적방문객 수는 총 64만3천여 명이다. 기억교실에도 방문객이 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한때 수십 명까지 줄어들었던 합동분향소 조문객 수가 지난해 말부터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수백 명씩으로 다시 많아졌다"고 말했다.

◇ 안전교육시설·추모공원 아직 협의중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며 안산에 건립이 추진된 4·16 안전교육시설과 추모공원 사업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 문제로 갈등을 겪던 안산 지역사회는 이 시설들의 입지 문제로 또다시 반목하는 모양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5월까지 단원고 인근 고잔동 부지 4천431㎡에 연면적 3천835㎡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안전교육 시설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안산시에 행정절차 이행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건립 예정지가 단원중과 단원고 인근으로 결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주거지와 학교 인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교실 등을 다시 옮기는 것은 안된다며 고잔1동 주민의 10%가 넘는 2천300여 명이 지난해 11월 시에 반대 서명부를 제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업 예정지 주변 주민 반대도 있고 행정 절차상 마무리 안 된 사항도 있고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이 추진하는 추모공원 기본구상도 내년 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세월호 추모사업 기본계획 용역' 결과는 오는 3월 나온다.

추모공원의 입지와 세부 시설계획 등은 안산시 추모사업협의회가 올 상반기 중으로 결정해 국무조정실에 지역사회 의견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가 추모공원 위치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봉안시설 설치 여부를 두고서는 협의회 위원들 간 의견이 달라 협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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