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뚫리면 대통령도 흔들'..우병우 "정면돌파"

김남일 입력 2017. 1. 5. 05:16 수정 2017. 1. 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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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진 '최순실 변호인'으로 나서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닙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0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놓은 79자 분량의 짧은 두 문장을 사전에 민정수석실로부터 꼼꼼한 ‘법률적 검토’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순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 “법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민정수석실의 ‘결론’은 ‘최순실 태블릿피시’의 존재가 확인되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구성(10월27일)되기 전까지 검찰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우병우 전 수석이 책임지고 있었다.

국감서 야당공세 거세지자
지난해 10월17일 수석회의 연기
안종범 ‘대응 보고서’ 작성
민정수석실 법률검토 받아

최씨 범죄유형 일일이 분석
‘처벌 불가, 자신있게 돌파’ 제시

안 “수석비서관회의서 읽어야”
박 대통령, 수석회의서 79자 낭독

민정수석실은 최순실씨에게 제기된 각종 범죄 유형을 총망라해 법적 검토를 한 뒤, 박 대통령에게 ‘처벌이 사실상 불가하니 자신있게 돌파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식으로 작성됐다. 우선 최씨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직원 인선 및 모금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죄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최씨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최씨가 재단의 돈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재단 자금이 최씨에게 건너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재단 운영 초기라 돈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런 사실이 담긴 ‘비선실세 대응 검토 문건’은 지난해 10월18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동원돼 작성됐다. 지난해 9월20일 <한겨레>가 ‘최순실’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리자,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최씨 모녀가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빼돌리는 통로로 독일에 비덱스포츠 등을 세웠다는 언론의 후속 보도가 쏟아지자 박 대통령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0월17일 예정돼 있던 수석비서관회의를 갑자기 연기했다. 그 사이 안종범(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민정수석실 등의 검토를 받은 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비선실세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대응 검토 결과와 함께 미리 작성한 메시지 문구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새로운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고 “국민 여론을 전환해 현 정국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지원할 명분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은 “이 정도 메시지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읽어야 현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 법적 검토도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앞으로 예상되는 법적인 문제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10월20일 오후 2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 첫 해명을 내놓았지만,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나는 모른다. 재단 설립은 적법했다’고 잡아뗐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실이 제안한 대로 “자금 유용 불법행위”만을 콕 집어 말했고, 이는 당시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참모진이 박 대통령도 아닌 ‘최순실 변호인’으로 나서 최씨에 대한 수사와 처벌 가능성까지 정밀 검토한 배경에는, ‘최씨가 뚫리면 곧바로 박 대통령까지 흔들린다’는 법률적, 정무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의 법적 문제 예방”까지 거론한 것은,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인지한 상태에서 ‘최악의 경우 최순실만 처벌하고 끊어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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