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가 대통령 곁에 있을 당시 최순실은 '친한 지인' 이었을뿐"

2017. 1. 5.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일 국내 모처에서 만난 정윤회 씨(62)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는 2007년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 보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전 부인 최 씨의 국정 농단으로 자신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까지 오른 처지를 ‘불가항력’이라고 표현했다.

‘믿었던’ 박 대통령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전 부인 최 씨와 외동딸 유라 씨(21)가 모두 수감된 데 대한 한탄으로 읽혔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前남편 정윤회 인터뷰
[동아일보]
최순실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가 4일 국내 모처에서 홀로 상념에 잠겨 있다. 정 씨는 덴마크에서 체포된 딸 유라 씨 얘기가 나오자 “불쌍하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4일 국내 모처에서 만난 정윤회 씨(62)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비선 실세’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엄청난 불장난’이라고 일갈했던 2014년 12월 서울중앙지검 출두 당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정 씨는 2014년 5월 최순실 씨(61)와 이혼한 뒤 강원 횡성군 자택에 혼자 거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뒤 취재진 등이 끊임없이 찾아오자 정 씨는 연말부터 집을 비운 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집에 없던 정 씨에게 증인 출석요구서는 전달되지 않았다.

 그는 2007년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 보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전 부인 최 씨의 국정 농단으로 자신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까지 오른 처지를 ‘불가항력’이라고 표현했다. ‘믿었던’ 박 대통령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전 부인 최 씨와 외동딸 유라 씨(21)가 모두 수감된 데 대한 한탄으로 읽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대통령에게 최 씨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대통령 곁에 있었을 때까지는 박 대통령의 ‘친한 지인’이었다.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맺은 지인은 매우 드물다. 여성 대통령이다 보니 남자 참모진은 가까이 가는 데 한계가 있다. 급한 일이 생겨도 동성이면 편히 와서 도와줄 수 있지만 이성이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최 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작업을 도왔는데….

 “연설문이란 건 ‘팩트’다. 한 장을 쓰려 해도 엄청난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재검증해야 한다. 어감을 고치는 것 정도는 몰라도 전문가가 아니면 수정하기 힘들다. 고지식하고 원칙주의자인데,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냈다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왜 최 씨와 연락을 했나.

 “(한숨을 내쉬며) 그게 문제다. 내가 최 씨와 가깝게 지냈다면 (그 사이를) 알았을 거다. 그랬다면 국정 농단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이런 얘길 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내가 있건 없건, 지나간 과거다.”  ―정윤회 씨가 국정 농단 폭로의 배후 설계자란 설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고영태 노승일 차은택 김종 안종범 등 국정 농단과 관련된 사람을 아무도 모른다. 고영태 차은택은 이름 한 번 못 들어본 사람들이다. 나는 최 씨와 2011년 별거했다가 합쳤지만 남남처럼 살았기 때문에 문제의 태블릿PC를 실제로 본 적도 없다.”  ―‘정윤회 문건 파동’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다른 곳도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을 보고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박관천 전 경정이 허위 기록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판명이 났다.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박 전 경정과 대질했는데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답을 못 하더라. 박지만 EG 회장 미행 사건 때문에 박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오해를 푼 적은 있다.”  ―‘문고리 3인방’과는 계속 교류하고 있나.

 “대선 전에도 그랬지만 그 후에도 연락 안 했다. 문건 파동 사건 당시에 딱 한 번 연락했다. 같이 만나서 밥이라도 먹었으면 덜 억울할 텐데 밥 한 번 같이 안 먹었다. 나는 박 대통령과도 2007년 이후 연락 안 한다. 대선 끝나고 한 번 연락이 온 것 빼곤 없다.”  ―세계일보 전 사장이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이혼을 권유했다’고 하던데….

 “대통령이 왜 남의 가정에 이혼하라 마라 하겠나. 그건 인격 모독적인 일 아닌가. 참 유치한 발상이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할 분도 아니다.”  ―최 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라고 하는데….

 “결혼하면서 살던 집을 받았다. 1997년경 역삼동의 그 집을 허물고 방 36개 규모의 원룸건물 2동을 지었다. 장모와 다른 동에 살았다. 원룸 수익이 꽤 많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한 거다. 그 원룸 두 개를 팔아서 건물(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세웠다.”  ―딸 정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됐다. 평소에 연락이 닿았나.

 “(2014년 열린) 아시아경기 이후 3년 가까이 못 봤다. 승마를 하면서도 부모 문제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부모가 잘못해서 애를 저렇게 만든 건 아닌지. 승마는 열심히, 또 잘했고 성적도 냈는데 이렇게 되니까 너무 안타깝다.”

 ―지금 심경은….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죄가 없고 다 내려놓고 시골에서 여생을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다. 웬만해선 이런 말 안 하는데, 나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지금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김도형 dodo@donga.com·최지연·이범찬 기자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어제 못본 TV 명장면이 궁금하다면 'VODA'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