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니아의 조건..돈보다 여가시간

김슬기,김연주 2017. 1. 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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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주부가 공연 많이 봐..전문직 앞질러
결제액 40대 남성 최고..10대 자녀위해 예매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

'문화 공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돈이 많아야 할까, 아니면 시간이 많아야 할까.'

4일 매일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연 소비 트렌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보다는 여가 시간이 공연에 지갑을 여는 중요한 변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이른바 '공연 덕후'는 직업이 학생이나 교사인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이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50만~270만원에 달하지만 연간 공연 소비에 약 24만8000원을 썼다. 2위는 40대 초반~50대 여성으로 연간 20만원가량을 공연 티켓을 사는 데 지출했다. 이들은 전업주부이거나 연금·금융소득이 주 수입원이었는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50만~350만원에 달했다. 반면 의사와 금융권 등 고소득 전문 직종을 가진 30대 중후반 여성은 3위에 그쳤다. 한마디로 평일 야근 없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공연도 즐길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또 이른바 '공연 덕후'의 연관 소비 키워드를 도출해 보면 공통적으로 '취미활동'과 '뷰티'라는 소비 키워드를 공유했다. '교육'이 그 뒤를 이었다. 자기계발이나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 그리고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면서 자녀의 문화 안목을 넓혀 주려는 엄마들이 공연계의 '큰손'인 셈이다.

안성희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 부부장은 "공연 티켓값이 비쌀 때는 공연 소비가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오히려 직장인의 공연 소비는 낮게 나타났다"며 "소득보다는 여가 시간이 풍부한 사람들의 공연 소비가 많다는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연 티켓을 사는 연령층을 세분화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결제하는 카드의 실제 소유주는 40대 초반 남성이 가장 많고, 이어 30대 초반 여성이 뒤를 이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공연을 실제 보는 사람과 결제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위 '아빠 카드'로 결제하는 10대 청소년의 이용 건수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직 소득이 없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10대의 소비 건이 40대 초반 남성 카드의 소비 건으로 흡수 집계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공연에 소비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6위부터 10위까지 공연 소비 중하위권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스포츠'가 주요 소비 키워드로 나타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정보팀은 "아무래도 스포츠 등 외향적인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즐겨야 하는 공연을 덜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시장 전체 지출의 59.1%는 여성으로, 남성은 40.9%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1년간 공연장을 찾는 횟수는 평균 1.89회에 달했고 공연 1회 관람 시 평균 지출액은 5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공연계는 여전히 작은 시장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성장 여력도 그만큼 크다고 본다"며 "공연시장에 홍보 마케팅 기법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공연시장 분석을 위해 2015년 10월~2016년 9월 1년간 신한카드 이용 비중이 높은 서울·경기 거주 회원 약 4만명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했다. 공연 이용 건수와 연간 이용금액을 토대로 소비자 연령, 성별 등을 분석해 10가지 공연 소비자 유형을 구축한 후 총 이용금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김슬기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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