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전장 빅뱅]① 자동차와 ICT의 '만남과 대결'..지각변동 진원지 전장기술

김참 기자 입력 2017. 1.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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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ICT(정보통신기술)가 융합하면서 전장(電裝)부품(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자기기)산업이 빅뱅 시대를 맞았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진화 중이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발맞춰 자동차 영역에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및 부품 업체들은 수성 작전에 돌입했다. 자동차의 미래는 안전·편의를 위한 자율주행과 친환경을 위한 전기차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전장 부품 및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자동차 창문을 수동 레버를 돌려서 올리고, 내렸던 것이 불과 15년 전 일이다. 이제는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고, 버튼 하나를 누르면 스스로 주차할 정도로 진화했다. 자동차가 도로 상황에 따라 헤드램프 조도를 조절하고, 졸고 있는 운전자를 진동으로 깨운다. 자동차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장부품의 활약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핵심 동력은 전장 부품이다. 전장부품 기술력이 없다면 미래 자동차의 3대 키워드인 친환경·커넥티드·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 시장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던 IT 기업엔 절호의 기회다. 방어에 나선 자동차 기업들은 IT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전장부품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자체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부족한 역량을 메우기 위해 IT 기업과 손잡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달러(273조원)에서 2020년 3033억달러(358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부품 기업 프리스케일은 전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 부품 비율이 2010년 35%에서 지난해 40%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50%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에서 전장부품의 원가비중이 이미 70%를 차지한다.

◆ 자동차 전장시장 ‘빅뱅’

자동차의 급속한 IT화로 자동차 기업과 IT 기업의 치열한 경쟁은 숙명으로 다가왔다. ‘내연기관(엔진)’과 ‘효율적인 자동차 제조공정’이라는 뛰어넘지 못할 진입장벽을 쳤던 자동차 기업들이 도전에 직면했다.

스마트카 주요 부품 구성./MDS테크놀로지 홈페이지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만 봐도 이런 추세는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인 하만(Harman)을 9조40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이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신호탄을 울렸다.

하만은 전세계 차량용 오디오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가 결합해 자율주행은 물론 차 안에서의 업무 수행 등도 가능한 미래형 자동차를 뜻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차량용 오디오를 비롯해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텔레매틱스(무선인터넷 서비스), 보안솔루션 등 전체적인 전장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진출은 2년 정도 더 빨랐을 수 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2014년 하만보다 삼성전자와 사업적 시너지가 큰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와 주변 장치를 통합한 소형 칩셋) 업체인 프리스케일이 매물로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는 프리스케일 인수를 부인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프리스케일 인수를 타진하던 시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면서 인수가 무산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와병으로 2년여의 시간을 신사업 진출보다 승계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LG전자가 자동차용 전장 부품 사업에 뛰어든 계기를 따져보면 그 시기는 2011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LG전자 재건'을 목표로 휴대폰, TV 등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 수익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업간거래(B2B) 모델에 집중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프랑스 컨설팅그룹인 입소스에 용역을 의뢰했다. 입소스는 LG전자 전장부품(VC)사업본부의 초석이 된 리포트를 제공한다. 이후 LG전자는 2년 동안 VC사업본부를 신설하고, 800여명의 연구인력이 모인 인천캠퍼스를 완공하는 등 치밀하게 조직을 정비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총 11종의 부품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장산업 성장은 각국의 환경 규제와도 맞물려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은 연비 규제를 2025년까지 5년마다 20~30%씩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배기가스 관련 환경 규제도 강화된 상태다. 자동차 기업들은 내연기관의 연비·환경 개선 작업과 친환경차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자동차용 반도체로는 주행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센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명령을 생성하는 전자제어장치(ECU), 각 구동 장치 등에서 사용되는 칩 등이 있다. 자동차의 IT화로 자동차내 기기간 또는 외부와의 통신을 위한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자동차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높지 않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5.7%로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 3.1%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자동차 1대당 들어가는 반도체 제품의 평균원가는 460달러(52만원)다.

◆ IT업계, 전장 부품 진출은 필연

IT업계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폰의 성숙기 진입에 따른 성장 공백기를 극복할 중요한 대안이 자동차 전장부품이다. 통신망에 항상 연결돼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한 스마트카는 수많은 센서와 디스플레이 장치를 보유한 새로운 IT 플랫폼이다. IT 업체들의 눈에는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다름없는 셈이다.

전장 부품은 크게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전기장치,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이나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 텔레매틱스 등의 편의장치로 나뉜다. 전기차의 경우 전장부품이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 장치는 물론 파워트레인에도 적용된다.

하만 홈페이지

전장 산업에서 IT 기업이 진입하기 쉬운 분야는 안전문제와 직접 관련되지 않고, 기술적인 발전 속도가 빠른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분야로 예상된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주요 파트인 파워트레인(동력발생과 전달 담당),주행, 조향, 제동, 충격흡수 기능의 샤시, 인테리어 등의 경우 기존 자동차 부품사의 경쟁력이 월등해 IT 기업들의 진입은 쉽지 않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센서 분야의 진출도 녹록지 않다. 센서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영역에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시장 규모도 아직 제한적이어서 대형 부품업체를 제외하고는 센서모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콘티넨탈, 보쉬, 덴소, 델파이 등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차량용 센서모듈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경로 안내와 라디오 및 음악 재생 기능 정도만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자동차 구동 정보, 실시간 경로 및 주차장 탐색, 인터넷 연결과 검색 등으로 기능이 빠르게 확대됐다. 자동차의 보조 수단을 넘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텔레매틱스의 경우 2018년부터 EU(유럽연합)가 긴급구조요청시스템(e-Call) 탑재를 의무화하면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8개국 차량의 텔레매틱스 단말기 탑재 대수는 5080만대다. 이는 해당 국가 신차 판매량의 80%에 이른다.

해외 글로벌 IT 기업들은 전장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부분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애플은 2014년 아이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 iOS와 연동해 경로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음성인식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카플레이를 공개했다. 구글도 같은 해 카플레이와 유사하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과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를 발표했다.

보쉬 홈페이지

국내 기업들은 하드웨어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오디오·비디오 내비게이션(AVN), 텔레매틱스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단순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넘어 구동과 주행 등 자동차 본연의 핵심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저장·분석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기술은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운전자와 자동차의 실시간 상태 등 기존에 분석하지 못했던 정보를 활용해 운전자가 보다 편리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 완성차업계의 ‘견제’ 본격화

전장산업을 통해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려는 IT업체를 견제하려는 자동차업체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회사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기획 설계 단계에 참여해 수많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2010년 이후 약 330만km의 시험주행에 성공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사업파트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구글과 함께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게 되면 단순 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완성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파트너 협력을 체결했으나, 생산차량은 100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 차량은 올해말 생산된다.

애플 역시 완성차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지난 3년간 47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아이폰 개발비 대비 20배 수준이며 테슬라의 R&D투자(4.4억달러) 대비 10배 안팎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과 유사하게 폐쇄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 때문에 애플도 협력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완성차업체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상태다. 포드와 토요타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커넥티드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독자 플랫폼 전략을 세웠다. 이미 토요타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해 주는 포드 스마트디바이스링크(SDL)를 생산 차량에 적용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BMW, 벤츠 등과 협력을 시도했으나, 완성차업계가 선뜻 손을 잡지 않는 상황”이라며 “삼성의 하만 인수도 삼성 스스로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업체 지위를 얻는 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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