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조직적 개입 정황

구교형·박광연 기자 입력 2017. 1. 4. 06:00 수정 2017. 1. 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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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특검, 문체부 직원들과 정보관들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단서 포착
ㆍ정보관 청사 출입기록 확보…이병기 전 비서실장 집도 압수수색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의 e메일과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국가정보원 정보관(IO)들이 블랙리스트 작성·활용 과정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했다. 문체부 직원과 국정원 정보관들이 주고받은 각종 문건과 메시지 중에는 “진보 성향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청와대와 문체부 외에 국정원도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달 26일 세종과 서울에 있는 문체부 사무실과 소속 부처 직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를 분석해 이들이 문체부에 출입해온 국정원 정보관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복원했다. 이와 별도로 특검은 해당 직원들의 e메일과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다. 특검은 또 국정원 정보관들의 차량번호와 이들이 사용해온 정부청사 출입증 등을 통해 정부세종청사 출입기록을 점검해 이들이 문체부 직원들과 수시로 교류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은 2014년 6월에서 2015년 1월 사이 문체부와 국정원의 긴밀한 교류 속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거나 활용됐다고 보고 해당 공무원들의 ‘직권남용’과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권리행사방해’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국정원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활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히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국정원이 진보단체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하면 그중 관련 내용이 수시로 문체부에 전달됐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요주의 인물이나 단체 명단이 문체부에 하달돼 블랙리스트의 골격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앞서 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은 2013~2014년 재임 중 ‘진보 성향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를 봤다고 주장했다. 조 전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일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전 국정원장)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2015년 2월 김 전 실장 후임으로 임명돼 지난해 5월까지 재직한 이 전 실장도 블랙리스트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교형·박광연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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