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취객에 맞고 성희롱에 눈물.. 시들어가는 '올빼미 청춘'
# “20대 초반부터 심야 노동을 시작해 지금은 커피전문점 직원으로 야간 근무를 주로 맡고 있다. 연극 배우의 꿈을 안고 낮에는 공부하면서 밤에는 시급을 많이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30대가 되자 피로 쌓이는 게 다르고 하지정맥류가 생겨 다리는 울퉁불퉁해졌다. 술 취한 손님에게 주의를 주면 일단 ‘네가 뭔데?’라는 반응이다. 영업 끝났다고 해도 화장실 쓰겠다고 밀고 들어온다. 여자 점원끼리 일할 때는 밤새 가슴 졸이지만 ‘서비스직인데 이런 것도 못해?’라는 추궁을 들으며 내 능력을 탓하는 것에 길들여졌다.”(32세 여성)
심야 노동에 내몰리는 청년들의 삶이 시들고 있다. ‘사지 멀쩡한데 못 할 게 뭐 있냐’며 야간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혹사를 당하거나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며 당초 꿨던 꿈마저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심야 노동의 특성상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늦은 밤에 일하는 상황이라 해당 근로자들의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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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폭행은 일상, 부상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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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당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 |
폭력에 시달리는 것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다수의 심야 노동 종사자들은 매장 내 비상벨의 존재나 사용법을 몰랐고 폭언·폭력이 발생해 고용주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참으라는 말만 듣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터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일을 그만두는 것 말고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6.2%(82명)나 됐다. 이들이 당한 부상은 △손가락·손목 72명 △발가락·발목 14명 △팔·어깨 13명 △다리·허벅지 10명 △허리·등 6명 △얼굴 1명 등 다양했다.
그러나 82명 중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21명에 그쳤고 이 중에서 고용주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산업재해 처리를 받은 경우는 7명에 불과했다. 치료를 받지 않거나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거나 ‘산재처리가 가능한지 몰랐다’,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일그러진 일상, 파탄난 꿈
이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건강 약화는 물론 일상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응답자의 74.8%(379명)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간단식으로 때우는 등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62.5%(317명)는 ‘심야 노동으로 식사가 불규칙해졌다’고 답했다. 특히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하루 4회 이상 식사를 하는 경우는 15%(76명)였고 폐기·유통기한이 지난 매장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는 20.1%(102명)에 이르렀다. 심야 노동 사업장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은 케이크나 빵,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 편의점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나 삼각김밥 등이 주된 끼닛거리였다. 심야 노동 전보다 흡연량과 음주량이 늘어났다는 응답자가 각각 18.6%(94명), 4.3%(22명) 증가한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다.
심야 노동은 정상적인 수면 패턴의 변화가 불가피해 신체적·정신적 건강과도 직결된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 주관적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9.6%(302명)였다. 불면증 고위험군은 27.8%로 국내 성인 전체 평균(22.8%)보다 높았고, 우울증 고위험군은 15%로 국내 20대 전체 평균(8.2%)의 배에 가까웠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문종찬 소장은 “심야 노동이 증가하는 것은 야간 활동이 늘어서가 아니라 주간 노동으로 먹고살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마련해 착취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김지현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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