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김연주, 부상 복귀&3점슛 재장전

맹봉주 2017. 1. 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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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김연주(31, 178cm)가 돌아왔다. 2015년 12월, 연습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 된 김연주가 오랜 재활 끝에 다시 코트 위로 복귀 했다. 현재까지의 활약만 보면 큰 부상을 당했던 선수가 맞나 싶다. 김연주는 이번 시즌 평균 8.16득점 3.32리바운드 1.42어시스트(1월 3일 기준)로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에서 모두 프로 데뷔 후 최다 기록을 쓰고 있다. 2011-2012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우수후보선수상을 수상하며 WKBL 최고의 식스우먼이었던 그녀는 이제 신한은행의 주전 슈터로서 팀의 외곽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이제는 팀 내 NO.3 최고참

Q. 여자프로농구가 개막했어요. 순위다툼이 싸움이 치열해요.
더 이기고 싶은 바람이 크죠. 하지만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경험 많은 언니들이 빠지고 부상선수들이 아직 100%가 아니거든요. 플레이오프에 가려면 5할 승부는 봐야하기 때문에 라운드 당 3승씩은 해야 하는데, 1라운드서 한 경기를 더 못 잡은 게 아쉬워요(신한은행 1라운드 2승 3패).

Q. 곽주영(33, 183cm), 최윤아(32, 168cm) 선수 다음으로 팀 내 최고참이 됐어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어린 선수들이 되게 열심히는 하는데 작은 팁 같은 걸 몰라서 깨우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안타까워요. 저도 언니들한테 많이 배우면서 성장했거든요. 언니들 말 한 마디에 플레이가 좋아졌던 적도 있었어요. 그럼 팁들은 저도 전달하려고 해요.

Q. 김연주 선수에게 팁을 전해준 선배는 누가 있었나요?
(한)채진 언니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지금도 ‘채진 엄마’라고 하면서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하)은주 언니한테는 많이 혼나기도 하면서 따끔한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특히 제가 가장 수렁에 빠졌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후배들이 닮고 싶은 선배로 김연주 선수를 많이 언급하더라고요.
*김연희(22, 187cm)는 김연주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닮고 싶다"고 했다. 박다정(24, 173cm), 김아름(23, 173cm)도 "후배들에게 친절하다. 운동할 때 잘 안 된 부분에 대해서 잘 설명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하하, 뇌물이 통한건가 싶더라고요. 더 잘해야겠다, ‘후배들이 보고 있구나’란 생각도 했고요. ‘나만 생각해야지’라는 생각이 커져가는 시기였거든요. (마침 김연희 선수가 인터뷰 현장에 있었다)연희야 왜 그렇게 얘기했어(웃음)? 연희는 학교 후배거든요. 제가 학교 가서 고기를 몇 번 사준 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해요(웃음).

Q. 개막전부터 풀타임 뛰는 등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시간(29분 46초)을 소화하고 있어요. 힘들진 않아요?
저도 (개막전)풀타임 뛸 줄은 몰랐어요. 체력은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요. 아킬레스는 염증 때문에 7년 이상 고생했어요. 다행히 수술하고 더 좋아진 것 같아 고무적이에요. 근데 계속 이렇게 뛰면 나중에 분명히 힘들 거에요. 그래서 얼른 후배들이 올라오는 게 중요해요.

Q. 올 시즌 공격부분에서 커리어하이 기록을 쓰고 있어요. 개인기록도 신경을 쓰는 편인가요?
예전보단 개인 활약에도 신경 써요. 이제는 객관적인 기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객관적인 기록으로 보여지는 건 다르니까요. 그동안은 제가 못해도 팀이 이기는 게 중요했어요.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요. 제가 잘하고 못하고, 뛰고 안 뛰고는 중요하지 않았죠. 근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저도 잘하고 팀도 잘해서 이기고 싶어요. 예전엔 제 활약 여부가 팀 승패에 크게 영향을 안 줬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제 몫을 해야 팀도 잘되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개인기록과 팀 성적을 따로 보기 힘들어졌어요. 그래도 물론 우선순위는 제 성적보다는 팀 승리에요. 

Q. 지난 시즌이 끝나고 변연하, 이미선, 신정자, 하은주 등 여자농구의 전설들이 은퇴했어요. 예전과 비교해 농구하기 편해졌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전체적으로 여자농구 평균 수준이 떨어진 거죠. 하지만 결국 그건 경험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상황은 떨어진 게 맞아요. 워낙 쟁쟁한 언니들이 나간 거잖아요. 당장 저와 매치업 된 상대도 언니보단 동생들이 많아졌어요. 단순히 봐도 저보다 경험이 적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소리니까, 아무래도 농구하기 편해졌죠.
 

▲ 7년간 시달린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벗어나다

Q. 지난해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어요.
작년 12월 초 경기 전날 연습 도중에 끊어졌어요. 보통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 소리가 난다고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연습 중에 누가 제 뒤꿈치를 꽉 밟더라고요. 그래서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는 거에요. 그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엎드려서 울었어요. 아프기도 했지만 놀라서 운 게 컸죠.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아킬레스가 완전 파열됐다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부상당하고 이틀 후에 수술했어요.

Q. 오랫동안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고생해온 걸로 아는데 이제야 수술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수술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서 다른 방도가 없어서 한 거에요. 사실 아킬레스건은 염증 때문에 7년 전부터 아파왔어요. 아킬레스건 수술은 보통 수술보다 복귀에 두 배 이상 시간이 필요해요. 재활에 복귀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죠. 수술이 100%로 잘된다는 장담이 없는데 그걸 감수하면서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어요. 의사 선생님들도 뛸 수 있는 정도면 수술을 안 하고 재활과 휴식을 병행하는 게 낫다고 했고요.

Q. 재활과정이 궁금해요.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면 원래 통깁스를 2달 하는데 전 일주일도 안 했어요. 깁스 대신 아킬레스의 각도를 내는 부츠를 신었어요.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면 처음에 90도도 못 내리거든요. 그 상태에서 통깁스 2달을 하면 나중에 다시 늘릴 때 주위 근육들이 부담을 많이 느껴요. 아킬레스 건 자체를 늘리는데도 시간이 걸리고요. 전 부츠로 각도를 고정해 놓아서 아주 조금씩 아킬레스건을 늘리면서 재활했어요. 부츠를 벗을 땐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주변 근육 마사지를 해줬어요. 발가락 운동도 하고요. 재활을 되게 일찍 시작한 거죠. 결과론적으론 이 재활법이 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Q. 김연주 선수를 처음 본 게 지난 5월, 신한은행 삼천포 전지훈련 때 였어요. 그때는 몸 상태가 어땠나요?
삼천포 전지훈련 때는 거의 재활 마무리 단계였어요. 사실 재활이 늦으면 시즌 초반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초기 재활시기를 앞당기다보니 너무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생겼어요. 농구가 조금 안 되거나 아프면 쉬었다 들어갔어요. 이런 점이 오히려 복귀시기를 빨리 가져가게 한 것 같아요. 아, 개인적으로는 대만 존스컵에 간 게 정말 좋았어요. 계속되는 재활로 지쳐있었을 때 오아시스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존스컵은 5경기 중에 4경기를 뛰었어요. 사실 8월 초에 경기를 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우리 팀이 존스컵에 간다는 얘길 듣고 욕심을 내서 트레이너 선생님께 말했더니 저보고 미쳤냐고 어떻게 뛰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5분이라도 뛰고 싶다고 했어요. 뭘 하겠다는 것보다는 코트위에 있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신한은행은 지난 8월, 대만에서 열린 제38회 윌리엄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김연주는 4경기 평균 12분을 뛰며 2.75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Q.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요?
저는 한방이 맞아서 한의원을 자주 가요.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고 안 좋은 음식은 피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원래 소고기를 좋아했는데 돼지고기와 맞다고 해서 그 다음부턴 돼지 쪽으로 챙겨먹고 있어요(웃음). 또 닭고기가 안 맞는다고 해서 몸이 힘들거나 피곤할 때는 피해요. 물론 몸 상태가 좋으면 먹고 싶은 만큼 먹고요. 장어가 몸에 좋다고 해서 더 먹고 그랬는데 제 몸에는 안 맞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Q. 부상에서 돌아왔고 주전으로 도약했어요. 이번 시즌을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사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조건 이번 시즌 끝나고 은퇴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단지 마음가짐을 그렇게 먹고 있어요. 이제는 마지막을 바라보는 게 되게 커요. 작년에 개인 기록이 계속 떨어지고 병원에 가서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 한 말이 있어요. 일반인으로서 재활기간이 얼마나 걸리냐고요.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듣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트레이너 선생님은 해보지도 않고 그만 둘 필요가 있느냐, 1년 해보고 그때도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혼자 재활하면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설득해주셨죠. 그 말이 정말 진정성 있게 왔어요. 만약 “재활하면 더 잘할 수 있어”라고 했으면 와 닿지 않았을 거에요. 재활이 만족스럽게 잘 됐지만 시즌을 임하는 마음은 그때 그대로에요.

Q. 여자농구 선수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합숙생활부터 훈련까지 보통이 아니잖아요.
1년, 2년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게 점점 커져요. 사랑과 지원을 많이 받고 내가 하는 것만큼 인정도 받는 좋은 직업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정말 힘들어요.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고참이 되고 주전선수가 되어 갈수록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고요. 이런 생활을 오래 하기가 겁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Q. 프로 12년 차인데도 힘든 건 똑같군요.
그럼요.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아요. 언니들도 힘든 건 올라갈수록 더 심해질 수밖에 없대요. 저는 그냥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엔 경기에 패하면 진 것만 생각하고 마음이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코트 위에 뛰고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하고 패배 속에도 잘 된 걸 자꾸 보려고 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김연주 선수를 버티게 하는 힘은 뭐에요?
지금까지의 연차가 쌓이고 주전이 되면서 힘든 걸 버티는 것도 있어요. 어릴 땐 운동양도 많고 언니들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더 힘들었죠. 그런 시간을 견디고 견뎌서 지금 제가 있는 거에요. 사실 그런 시간들이 없었으면 지금도 바로 포기하고 싶을지 몰라요.

Q. 혹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한 번도 20대 그 어느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길을 가는데 누가 뒤에서 “이 애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얼핏 들은 말이었지만 저는 ‘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시 할 자신도 없고’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제가 기특해요. 대견해요 그냥(웃음).

Q. 평소 항상 웃으며 얘기해서 이런 고민이 있는 줄 몰랐어요. 기자들 사이에서 김연주 선수는 “인터뷰하기 편한 선수”, “성격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어요. 여기 오기 전에도 많은 선배 기자들이 저보고 긴장하지 말라고 김연주 선수가 알아서 잘 대답해 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정말요? 감사합니다(웃음). 저 이런 말 들으면 부담되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제가 말이 많은 건 맞아요. 단답형으로 하면 기자님들이 힘드실 것 같아서 일부러 길게 말하는 것도 있어요. 많이 말하면 알아서 거르고 잘 써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말하는 편이에요.

Q. 아, 한 선배 기자는 아직도 남자 얼굴 보냐고 꼭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여전히 얼굴 보는 것 같아요. 비스트의 양요섭을 좋아해요. 양요섭의 목소리가 좋아요. 아, 남자 목소리도 봐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조인성, 김동률이거든요. 조인성 얼굴에 김동률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얘기 들으면 주위에서 남자 사귀긴 글렀다고, 평생 혼자 살라고 해요.

Q. 30살이 넘어가며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아요.
집에서도 좋은 짝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은퇴하고 찾는 게 빠를 것 같다고 해요. 저보고 활발하다 하지만 사람을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거든요. 여기서는 시간을 내서 만나기가 어려워요. 자주 시간을 내고 누군가를 만나기는 너무 힘든 환경이죠. 또 엄청 연애하고 싶은 상태도 아니고요. 하면 좋지만 혼자서도 워낙 할 게 많아요. 혼자서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어요(웃음).

Q. 은퇴 후엔 무엇을 하고 싶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스포츠심리학이요. 대학원에 갈 생각도 하고 있어요. 사실 여러 가지 생각은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제주도가서 3개월 정도 살아봐야지 이런 것들요(웃음). 

김연주 프로필_
1986년 4월 18일 생, 178cm/67kg
선일초-선일여중-선일여고-인천 신한은행

#사진 - 유용우, 한필상 기자

  2017-01-03   맹봉주(realdeal@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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