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스포츠 부녀' 이동국-이재아 "노력만큼 성적 나오는 게 닮았어요"

김현기 2017. 1. 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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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과 그의 딸 이재아. 2016.12.23.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인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아빠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할 땐 너무 좋았어요. 제가 우승할 때보다 더…. (우승)메달도 목에 걸어봤어요.”(재아)

“왜 이렇게 수줍어 하니? 우승하면 인터뷰 많이 할 텐데 연습이라고 생각해야지. 앞에 똑바로 쳐다보고~.”(동국)

“그러면 이렇게 앞에 보고, 다시!”(재아)

이동국(38)과 이재아(10), ‘스포츠 부녀’의 핑퐁대화가 훈훈했다. 지난 2016년을 최고의 해로 만든 아빠와 딸은 2017년 정유년을 행복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5남매의 아빠인 이동국은 “새해엔 온 가족이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은 “새해엔 안 다치고 열심히 경기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펼쳤다.

◇좋아서 시작한 테니스, 그 만큼 책임감 있게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과 함께 다가온 아이가 어느 덧 훌쩍 자라 아빠의 든든한 응원군이자 한국 테니스의 유망주로 커나가고 있다. 이동국은 당시 쌍둥이 딸을 얻었는데 그 중 동생인 재아가 코트에서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실력도 제법 뛰어나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엔 4학년부에서 언니들을 모두 제압하고 두 차례나 전국대회 ‘월반 우승’을 했다. 테니스 관계자들도 유명인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실력 자체로 장래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지난 연말 아빠와 함께 신년 인터뷰 장소에 나온 재아는 “어릴 때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테니스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또 제가 제일 잘 해서 좋았어요”라며 “특히 이길 때,우승할 때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국은 5남매 아버지답게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책임지길 원했다. 그는 “슬럼프도 올 것이고 재아 본인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할 거다”며 “그럴 땐 말릴 생각이 없다. 내 말은 그만큼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에 미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아가 좋아서 하는 만큼 운동할 땐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과 그의 딸 이재아. 2016.12.23.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역전승 좋아하는 딸의 “할 수 있다”

아빠는 팔꿈치를 가리키며 “축구는 내가 잘 알지만 테니스는 잘 모른다. 특히 테니스 선수들은 (팔꿈치)이런 곳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모르겠다”며 “하지만 같은 운동인 만큼 정신적인 면에선 나도 조언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재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경기는 역전승하는 경기예요. 지고 있을 땐,어쩔 땐 ‘정신 차리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어쩔 땐 그냥 졌다고 생각해.
동국:크게 얘기해야지. 하나도 안 들려. 지면 포기하니?
재아:내가 너무 못하고 있고 그러면 포기는 아니지만 내가 너무 못하고 잘 안 될 땐….
동국:그러면 어떻게 하지?
재아:궁시렁 궁시렁 ‘잘 해야지’라고 말하죠. 그러다 이기면 정말 뿌듯해.

재아는 “내가 칠 때의 그 기분이 좋아요. 잘 맞아서 위닝 샷이 될 때가 좋아요”라며 테니스의 매력을 전했다. 아빠는 “딸에게 ‘테니스는 축구나 권투처럼 상대와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네가 하면 되는 운동이다’고 했다”며 “샷이 안 나오고 그럴 땐 재아에게 ‘네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물어보니?”라고 질문했다. 딸은 “경기하다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도 하고 ‘왜 안 될까’라고 생각도 해요”라며 아빠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동국은 “사실 지금 재아 나이에서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재아도 우승의 맛을 알고는 좋아하지만 이기려고 너무 힘 줘서 샷을 하면 부상이 온다”며 딸을 보고는 “엄마나 아빠는 너 할 것만 하면 져도 뭐라고 안 하잖아”라고 다독였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부녀의 두 코드

아빠도 틈틈이 딸의 경기를 보러 간다. 재아가 대박이 등 동생들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빠를 응원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곧잘 잡힌다. 운동 선수로 살아가는 두 부녀,통하는 게 많다. 서로를 향한 존경과 칭찬이 대단하다. 이동국은 “재아 경기를 가서 보면 내가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벌써 이 만큼 커서 위닝 샷하면 ‘컴 온’하고 소리지르며 기합도 넣고 그런다. 그럴 땐 멋있어 보인다. 내 딸이지만 그 샷을 한 번 날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니까. 짜릿함이 온다”고 말했다. 재아는 “아빠가 우승할 땐 누구보다 멋있어요”며 “예전엔 아빠가 오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젠 아빠가 옆에 있으면 잘 되고 우승도 했어요. 정말 좋아요”라며 아빠를 자랑했고 또 아빠의 힘을 믿었다.

그런 부녀간에 통하는 코드가 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동국은 ‘딸이 어떨 때 자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가’란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가 한 만큼 딱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태해지면 그게 운동장에서 바로 나온다. 반대로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 그게 나랑 닮았다”며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동국:
잔머리라고 해야하나, 꾀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하면 상대가 힘들어지는가를 아는 것 같다.
재아:아니야, 안 그래.
동국:너 있다니까. 그런데 승부욕은 우리 집 애들 중에 가장 강한 것 같다. 요즘은 안 울지?
재아:(우는 표정으로)아냐, 요즘도 울어….

이동국과 그의 딸 이재아. 2016.12.23.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운동도 중요하지만…가족과 행복”

이동국은 간절하게 원했던 ACL 우승으로 축구 인생의 큰 위업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더 하고 싶은 게 많다. ACL 우승 뒤엔 “전관왕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축구장 밖에선 5남매와 더 많이 대화하는 게 새해 소망이다. “이제 막둥이(대박이)도 쫑알쫑알 하는 걸 보니 대화가 될 것 같다. 기대가 된다.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얘기도 할 수 있다”는 이동국은 “운동 면에선 언제나처럼 부상없이 경기 잘 뛰는 것이다. 재아도 부상없이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둘 다 운동 선수라 그런지 재아랑은 통하는 게 있다”고 했다. 딸도 전관왕을 꿈꾼다. “4학년 대회 전관왕을 하고 싶어요. 안 지고 싶어요. 나중엔 국가대표도 되고 싶고 메이저대회 4개를 다 우승하고 싶어요”라는 재아는 “하지만 그것보다 새해에도 우리 가족 모두 안 다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게”라며 웃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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